초등학생에게 구상권 청구 여론 뭇매
[더팩트│황원영 기자] 한화손해보험(한화손보)이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한 후 후폭풍을 맞고 있다. 강성수 한화손보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한화손보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화손보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주소(URL)를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회사가 어딘지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동의해달라는 내용이다. 26일 오전 10시 기준 17만4887명의 국민들이 해당 내용에 동의했다.
한화손보와 업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인 A군(12)의 아버지는 2014년 6월쯤 한화손보 계약자인 자동차 운전자와 쌍방과실사고로 사망했다. A군의 어머니는 베트남으로 출국해 연락이 닫지 않았고 현재 A군은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시 한화손보는 A군 아버지 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을 법정 비율에 따라 A군 어머니와 A군에게 각각 6:4 비율로 지급키로 했다. A군 몫인 6000만 원은 2015년 10월 후견인(고모)에게 맡겨졌고, 나머지 9000만 원은 A군의 어머니가 연락두절 상태라 한화손보가 6년째 보유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A군 아버지의 오토바이 사고 당시 상대 차량 동승자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보험사가 쓴 돈 5300만 원 중 약 2700만 원을 달라는 내용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2일 A군에게 한화손보가 요구한 금액을 갚고, 못 갚으면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이행권고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이 한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진 후 한화손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강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 대표는 25일 사과문을 내고 "국민청원에 올라온 초등학생에 대한 소송 관련해 국민 여러분과 당사 계약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면서 "소송이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고 하지만,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의 가정 및 경제적 상황을 미리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송을 취하하고 앞으로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구상금은 청구하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거센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정당한 구상권 청구였다고 해도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갚아준 사람이 채무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사고 당시 A군의 아버지가 무면허, 무보험 상태였다. 이에 한화손보가 사고로 부상을 당한 자동차 운전자의 동승인(제3의 피해자)에게 우선 손해를 배상했는데, A군의 어머니가 연락이 되지 않자 가족인 A군에게 변제 요청을 하게 된 것이다. 현행법상 구상권 청구는 상속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연락이 되는 특정인에게 100% 구상하는 것이 관례다.
한화손보 역시 "사고로 부상을 당한 자동차 운전자의 동승인에게 우선 변제한 보험금을 변제 요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지급 능력이 없고 경제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든 초등학생에게 구상권을 요청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점이 소비자들의 반발심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다. "한화손해보험 불매 불매(un22****)", "실손보험 있던 거 취소해야겠네(cdec****)", "바로 당장 보험 취소한다(wee3****)" "전화해서 바로 운전자보험 실비보험 해지함(chon****)" "이제부터 나는 한화 불매다. 한화 영원히 안녕(muup****)" "가지고 있던 한화 보험해지하고 보험료 올라가도 내일 다른보험회사 가입하려합니다(ath1****)"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화손보에 가입했던 보험을 취소한 후 인증하는 댓글들이 퍼졌고, 한화손보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화손보의 대응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몰아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한화손보는 23일 유가족에게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기존 2700만 원에서 2000만 원가량 하양 조정된 금액을 제시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합의 없이도 소를 취하해준 것이다.
한화손보는 해당 초등학생이 성년이 되면 절차에 따라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손보는 "미성년 자녀의 모친이 직접 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배우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할 적절한 방법이 없어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라도 정당한 권리자가 청구를 하거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는 방법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즉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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