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최태원 '코로나 리스크' 속 부각하는 총수 리더십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과 현대자동차(현대차),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임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주문하는 등 '코로나 리스크'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내부 소통 창구를 넓혀 우려와 불안을 불식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선회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을 기점으로 주요 그룹에서 주관하거나 핵심 계열사 및 총수가 참여하는 글로벌 행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잇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는 5월로 예정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0'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유럽 3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 이어 다음 달로 예정된 뉴욕 모터쇼 등 굵직한 글로벌 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다양한 신차들의 데뷔 무대를 온라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문위원으로 매년 참가해 온 보아오포럼 역시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잠정 연기됐다.
예년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 속에 총수들의 해외 일정표에도 공란이 늘고 있지만,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한 리더들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300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재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연수원을 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등 '통 큰' 사회공헌을 주도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 핵심 사업장을 방문하며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직접 찾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 12일에는 "모두가 힘을 모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코로나19로 자택에서 격리 또는 재택근무를 하는 계열사 및 협력사 임직원 5000여 명에게 격려 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역시 사내 임직원은 물론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는 코로나19로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비스협력사를 위해 22억 원 규모의 가맹금 지원에 나섰다.
매출 손실을 겪고 있는 서비스협력사 블루핸즈와 오토큐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오는 5월까지 3개월 동안 가맹금을 감면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을 공언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원 활동은 올해 들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병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5월 정식 개소를 앞둔 경북지역 연수원 두 곳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결단을 내렸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억 원을 기탁했으며, 협력사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 부품 협력업체에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지원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우선 경영 가치로 여기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적용 범위를 코로나19 지원 활동으로 넓혔다. SK그룹은 오는 17일부터 대구 1000명과 경북 500명 등 지방자치단체 추천을 받은 어린이 1500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고 16일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개교가 미뤄지면서 끼니를 거를 수 있는 우려가 커진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또한, SK그룹은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피해복구를 지원한다. SPC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SK가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해온 제도다. SK그룹은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주문 이후 자체 측정 방법을 개발, 2014년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왔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단위로 측정해 그에 비례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지원 규모는 2020년 기준 연간 95억 원 안팎이다. 이번 피해복구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들에는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다.
'코로나 리스크'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분주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노선 운휴와 감편으로 발이 묶인 여객기가 급증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운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최근 조 회장은 코로나19 대응 전략 수립 방안을 위해 경영 수뇌부와 소통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 운휴 여객기 활용 방안 역시 최근 진행된 임원 회의에서 조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조원태 회장의 행보는 국내 감염자 확산세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지난 1월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교민 송환을 위해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선 승무원들의 결단에 동참하기 위해 대한항공 전세기에 몸을 실은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직면한 데다 대기업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임직원들이 체감하는 우려와 공포가 상대적으로 더욱 컸다"라며 "성금지원을 넘어 기업 총수가 전면에서 임직원들을 찾아 격려와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이 같은 불안 심리를 없애고, 사기를 진작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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