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정부 대책 없이 산업계 '줄도산' 우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나라 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수년째 경제계 안팎에서 단골 멘트로 등장하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나라 경제의 중추를 맡고 있는 대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그룹 등 대기업 시가 총액이 하루에만 수십조 원 이상 증발하면서 13일 기준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1800선 아래로 추락했고, 한국인과 한국발(發) 외국인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 수만 120곳을 넘어서면서 항공업계는 사실상 운항 자체가 중단됐다.
하늘 길이 막히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글로벌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어디 그뿐인가. 사상 초유의 '셧다운(가동 중단)' 사태를 겪었던 완성차 업계는 지난달 기준 생산과 내수, 수출 모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아울러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가는 위축된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맞은 것도 모자라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진자에 하루가 멀다고 점포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시장에서는 경제계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강도가 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의 시선은 오직 '마스크'에만 쏠려 있다.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데 필수적인 위생용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정부가 앞장서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그 외 실물경제를 회복하려는 움직임과 그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데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수장들이 무담보·장기 저리 기반의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같은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조금의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재계 '맏형' 격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8대 분야 30개 건의사항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정부가 경제계의 외침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자평을 제외하고 현 정부 들어 단 한 번이라도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경영 환경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난 2018년 당시 미국 트럼프 정부의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완성차 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촉발한 중국발 무역보복으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노골적인 차별에 신음했을 때에도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반도체 시장에 비상등이 켜졌을 당시에도 외교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 없이 각 기업 총수들이 민간외교 전면에 나서며 살길 찾기에 분주했다.
이 정권 들어 3년 가까운 동안 바람 잘 날 없는 경영환경 속에 가까스로 버텼지만, 산업계 전반에 직격탄을 날린 '코로나 사태'까지 버텨낼 힘이 대기업들에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과 총수들의 만남'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내민 경제 이벤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더는 남아 있지 않다.
대기업에서 채용 문을 굳게 닫고, 중견·중소기업들의 일거리가 줄어들고, 가계 소득이 줄어든 데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악순환이 현실화한다면 정부가 수없이 강조해온 '경제살리기' 공약은 말그대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시계바늘도 돌아갈 수 있는 법이다. 더는 시간이 없다. 마스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의 노고와 마찬가지로 경제 부처는 이제라도 기업과 소통에 나서 상호 유기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라 경제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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