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유소 입지 확보해 사업 확대 용이 전망…"수익성 충분할 것"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의 주유소 302개를 새롭게 인수하며 국내에서 두번째로 주유소를 많이 보유한 업체가 됐다. 다만 불황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주유소 업황 속에서 오히려 주유소 숫자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오일뱅크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통해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매입 계약을 맺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주유소의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인수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를 영업하는 유형자산을 인수하는 형태로 총 매매 대금은 1조3321억 원에 달한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국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유사 중 기존 주유소 보유 순위 3위에서 2위로 뛰어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SK계열 주유소(SK에너지, SK네트웍스)가 3402곳으로 가장 많았고 GS칼텍스가 2361곳, 현대오일뱅크 2237곳, 에쓰오일 2154곳 순으로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 주유소 302곳을 인수하면서 2539곳이 되며 GS칼텍스를 제치고 국내에서 두번째로 많은 주유소를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컨소시엄을 통해 자산을 인수했더라도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며 주유소 숫자를 늘린 것에 대해 의문 부호를 보내고 있다. 정유사들이 공급 과잉과 불황을 반복하면서 더이상 주유소 운영보다는 비정유부문을 강화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5년 주유소 거리 제한이 폐지되면서 국내 주유소 숫자는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유가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주유소 숫자에 휘발유 등 정유 제품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지자 다시 주유소 업황이 꺾이면서 주유소 숫자는 다시 감소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오피넷에 따르면 2010년 전국에 주유소는 1만3000곳이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줄어들며 2018년 7월 1만1808곳, 지난해 7월 1만1507곳, 올해 2월 1만1481곳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업황을 고려했을 때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를 올해 302곳이나 늘린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잠재적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인수가 잘못된 판단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한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중 60% 가량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주유소 운영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최근 정유업계에서 각광받는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인프라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용이하다는 해석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고양시에 휘발유, 경유, LPG, 수소, 전기 등 모든 수송용 연료를 충전하고 세차와 정비, 태양광 발전 등이 한 공간에 위치한 '친환경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사업을 조성하고 있다.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인프라 사업의 일환으로 현대오일뱅크가 이번에 인수한 SK네트웍스의 주유소 또한 수도권 내 주유소 인프라 사업에 투입될 여지가 있다.
또한 실적 부문에서도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인수에 대한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정유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1조1168억 원과 영업이익 52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 21% 감소한 수치다. 다만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이 정제마진 악화로 39.6%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기 때문에 비교적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안정된 실적을 냈다는 평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부족한 주유소 입지를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수익성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수한 주유소의 입지가 주로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수익성 높은 고급휘발유 제품의 판로를 수도권으로 확대할 수 있고,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연계도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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