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김병원 전 회장 흔적 지우기 속도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농협 계열사 전반에 인사 태풍이 불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신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이성희 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라이벌'이었던 김병원 전 회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4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농협은 허식 전무이사, 소성모 상호금융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김원석 농업경제대표이사,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7명에 대해 사표를 수리했다.
이대훈 행장 등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취임에 따라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일괄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대훈 행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 "자진사퇴로 정확한 사유는 밝히기 어렵다"며 "은행장 임기 2년을 다 채운 상황에서 소임을 다 한 것으로 판단하고 용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인사 태풍을 두고 이성희 신임 회장의 '친정 체제' 구축이 본격화된 것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라이벌'인 김병원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실제로 허식 전무이사, 소성모 대표이사, 김원석 대표이사 등은 김병원 전 회장의 핵심 인물로 구분된다. 김병원 전 회장 임기 당시 선임된 이대훈 행장 역시 김 전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앞서 김병원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지준섭 농협은행 부행장도 이성희 신임 회장 취임 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자리에서 본부 밖으로 밀려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성희 신임 회장은 김병원 전 회장과 껄끄러운 관계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좋은 실적을 보이며 능력을 인정받은 이대훈 행장 등이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농협 내부에서도 크게 당황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김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이성희 신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나"고 전했다. 지난 2016년 1월 실시된 제23대 회장 선거에서 이성희 회장은 당시 1차 투표에서 104표를 확보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투표에서 김병원 전 회장에게 역전승을 허용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와 관련 회장이 바뀌면 주요 계열사 대표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아왔다는 것이 농협중앙회 측 설명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회장이 바뀐다고 해서 무조건 재신임을 묻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통상 조직 장악, 타개책 마련 등을 위해 재신임 과정을 거치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병원 전 회장이 당선됐던 2016년 10월에도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사표를 제출받은 바 있다.
이어 이성희 신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중앙회장이 관계사 CEO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며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모두 분리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은 새 중앙회장이 취임하면 계열사 CEO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는 관례가 있다"고 밝혔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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