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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家 3세 첫 수장' 구본혁, 부임 10일 만에 CEO 내려놓은 이유는

  • 경제 | 2020-01-20 06:00
지난해 말 LS그룹 정기 인사에서 오너 3세 중 처음으로 CEO에 오른 구본혁(사진) 부사장이 부임 10일 만에 CEO에서 사임하고 미래사업본부장을 맡기로 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LS그룹 제공
지난해 말 LS그룹 정기 인사에서 오너 3세 중 처음으로 CEO에 오른 구본혁(사진) 부사장이 부임 10일 만에 CEO에서 사임하고 미래사업본부장을 맡기로 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LS그룹 제공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 맡아…'지주사 전환 3년' 수익성 및 신사업 창출 '중책'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LS가(家) 오너 3세 중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3세 경영 시대를 열어 젖힌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이 CEO 부임 10일 만에 자진 사임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CEO 무게감은 덜었으나 새로 맡을 미래사업본부장 역할 또한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예스코홀딩스는 구본혁 부사장에서 구자철 예스코그룹 회장으로 대표이사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구자철 회장은 구본혁 부사장의 부친인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전 회장의 동생으로 2013년부터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예스코홀딩스가 지난 2일 구자철 회장이 1일 부로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구본혁 부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에 오른다고 밝힌 공시가 무색할 만큼 10일 만에 CEO가 다시 기존 인물로 바뀐 셈이다.

다만 구본혁 부사장은 전직장인 LS니꼬동제련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스코홀딩스에 남아 예스코그룹의 미래와 신사업 등을 모색할 미래사업본부장을 맡는다.

LS그룹 관계자는 <더팩트>에 "지난해 연말 인사 이동에서는 (구본혁 부사장이)주변에서 권유를 받기도 했고 CEO를 맡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CEO 자리가 아무래도 일반적이지 않고 무게감이 있는 자리이다보니 고민을 한 걸로 안다"며 "이후 1년 더 경험을 쌓고 하겠다고 전했고, 구자철 회장도 (구본혁 부사장이)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다시 CEO가 교체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본혁 부사장이 CEO 무게는 덜었지만 여전히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예스코홀딩스가 다루는 사업 분야가 구본혁 부사장이 그간 그룹 내에서 맡았던 분야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구본혁 부사장이 예스코의 사업구조과 업무 등을 파악하는데 1년을 보낼 예정이지만, 예스코홀딩스 또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화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LS그룹 정기 인사에서 오너 3세 중 처음으로 CEO에 오른 구본혁(사진) 부사장이 부임 10일 만에 CEO에서 사임하고 미래사업본부장을 맡기로 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LS그룹 제공

1977년생인 구본혁 부사장은 2003년 2월 LS전선 해외영업부문에 입사해 2009년 LS그룹 사업전략팀 부장을 거친 후 2012년 LS니꼬동제련 중국사업담당 상무를 시작으로 9년 동안 제련 및 합금제조업체 LS니꼬동제련에서 임원을 지냈다.

이후 큰아버지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밑에서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2014년 LS니꼬동제련 전략기획부문장, 2015년 지원본부장, 2017년 1월 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같은해 11월 LS니꼬동제련 부사장에 오르며 지난해까지 LS니꼬동제련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구본혁 부사장이 2018년부터 예스코홀딩스의 비상근 등기 이사에 오르면서 연을 맺긴 했으나,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구본혁 부사장의 전직장인 LS니꼬동제련과 현직장인 예스코홀딩스는 규모의 차이도 있다. LS니꼬동제련이 지난 2018년 기준 직원 800여 명에 연매출 7조5000억 원에 달하는 LS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반면, 예스코홀딩스는 같은 기간 연매출 5000억 원에 종업원 300여 명의 중견 도시가스 공급업체 예스코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예스코홀딩스는 종업원이 8명 뿐이나 지분법상 연매출 1조1000억 원 가량을 내고 있는 코스피 상장사로 사업회사인 예스코와 예스코서비스, 예스코컨설팅, 예스코이에스, 한성, 대한가스기기 등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경영되고 있다.

또한 예스코홀딩스의 최근 실적 상황도 구본혁 부사장의 부담감을 높히는 요소다. 예스코홀딩스가 서울 동부, 경기 구리 등을 권역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해 오며 나름의 관할 구역 내 존재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된 곳이지만 도시가스 외 신사업이 사실상 없고 매출 대비 수익성은 낮기 때문이다.

예스코홀딩스의 2018년 연결기준 연매출은 1조954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52억 원에 불과해 영업이익률이 2%를 넘지 못한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영업이익률의 평균도 1.8%에 그친다. 지난해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예스코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7829억 원, 영업이익은 146억 원이다. 4분기가 남아있으나 증권가는 예스코홀딩스가 지난해 연간 실적 이상의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보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스피 상장사인 예스코홀딩스가 지주사로 전환된 지 올해로 3년째가 접어들며 과거보다 시장 평가가 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구본혁 부사장)본인도 CEO 부담은 덜었지만 새 회사의 새로운 수익성을 창출해야 할 미래사업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여전히 부담이 남아 있다. 1년 내 빠른 업무파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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