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관세법 일부 개정안 의결 "정책 일관성 떨어져" 지적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도입 여부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입국장 인도장이 내년부터 들어선다. 소비자들과 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지난 5월 말부터 입국장면세점을 시범 운영 중인 중소 면세점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기획재정위원장이 제안한 '관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공포안은 정부에 이송된 상태로 향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1월에도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유한국당 김광림·권성동·박명재 의원이 11월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마련된 법안이다. 김포, 제주, 대구 등 지방공항 내 입국장 인도장 설치를 골자로 했던 원안은 수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도권 공항들까지 포함하는 방안으로 확대됐다.
이번 개정안으로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소비할 술이나 화장품을 출국할 때 찾지 않고 입국할 때 찾을 수 있어 여행 내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돼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편의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국조제재정연구원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입국장 인도장 도입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설문조사 응답자의 76.1%가 입국장 인도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 가운데 63.6%는 인도장 도입 시 여행 중 면세품을 휴대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무역·관세분야 전문가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73.8%가 입국장 인도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간 입국장 인도장 필요성을 강조해 온 대기업 면세점 역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이 신설되면 인터넷면세점 판매 수요가 높은 면세점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에 수혜가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행객들이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공항에서 수령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며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되면 고객 편의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여름 성수기마다 '인도장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포화 상태였던 출국장 인도장 이용객을 분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말부터 인천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면세점 에스엠·엔타스면세점은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이 생긴다면 입국장 면세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어 대기업들과의 생존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입국장 인도장 신설 '반대' 의견을 담은 입장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될 경우 면세사업 특허를 조기 반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엔타스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시장에서 대기업의 과점은 확대되고 중소중견사업자는 도태될 것"이라며 "여행객 국내 소비 전환, 면세품 휴대 불편 해소는 입국장 면세점이 대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되면 온라인면세점을 통해 대량 구매해 내수시장으로 재반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입국장 면세점을 위한 공간도 부족한데 인도장까지 들어서면 입국장이 면세품 보관 창고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초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입국장 면세점과 입국장 인도장을 놓고 막판 저울질을 한 끝에 입국장 면세점 신설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7개월 만에 다시 인도장 신설을 추진하는 게 안타깝다는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은 통과됐지만 공항에 인도장 공간 마련 문제 등이 뒤따르는 만큼 실제 입국장 인도장이 문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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