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이진하·윤정원·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타이어, 국민연금 타깃되나…DLF 사태 중징계 불가피?
[더팩트|정리=한예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9년의 마지막 한 주, 경제계에서는 다양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배달의 민족과 DH의 만남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문구로 애국마케팅을 하던 배달의 민족이 독일 업체에 매각된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IT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실검 서비스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업계 전반으로 실검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죠.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 비리가 터진 한국타이어에 주목했는데요.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DLF 사태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개최가 가시화되며 은행들이 긴장을 했다는데요. [TF비즈토크]에서 관련 소식을 차례대로 들어보도록 하죠.
◆"우리가 독일 민족입니까?" 배민-DH 결합에 빗발치는 '화살'
-이번 주 유통업계는 지난주부터 이어진 배달앱 '공룡' 탄생 논란으로 떠들썩했죠. 국내에서 요기요 등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인수하기로 한 이후 계속해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죠.
-네 그렇습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DH 간의 결합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배달비 인상 등 다양한 문제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양사의 시장 장악률이 98.7%에 달하기 때문인데요. 최근 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DH는 이번 인수로 국내 상위 배달앱 업체 중 4개(배민·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를 확보하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시장 장악률이네요. 서비스 사용자만 1000만 명이 넘는다고요.
-그렇습니다. DH 사용자 수는 서비스 간 중복 사용자를 제외하고도 11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앞서 밝힌 것처럼 전체 배달앱 사용자의 98.7%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은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시장 간 경쟁이 사라진 상황에서 독과점 업체가 중개 수수료나 배달비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DH가 독일 업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국 마케팅'을 지속하던 배민이 독일이라는 해외 자본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배민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독특한 문구를 앞세워 홍보했었죠?
-네. 민족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일명 애국 마케팅을 하던 배민이 독일 업체에 매각된다는 사실에 누리꾼들은 홍보 문구를 이용한 각종 풍자와 야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 게르만 민족이었냐"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누리꾼은 "배민은 토종앱을 강조하며 애국 마케팅으로 쑥쑥 성장하더니 결국 배신을 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죠.
-이 가운데 소상공인들도 국회에 모여 한목소리를 냈죠? 수수료 인상 등 독과점 횡포 시 불매운동을 경고했다고요.
-맞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DH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엄정한 기업결합 심사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한 사업자가 독점하는 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불공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기업 결합이 현실화하고 수수료 및 광고료가 대폭 상승한다면 분노를 모아 독점적 배달앱 불매를 포함한 강력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양사가 배달앱 공룡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소비자들과 소상공인의 반발이 몇 주 째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궁금하네요.
◆ 포털사이트 실검…카카오 '폐지'·네이버 '유지' 왜?
-IT 소식을 들어보도록 하죠. 카카오가 내년 2월 중 포털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부작용이 심하다는 판단입니다. 카카오는 실검 폐지 소식을 전하면서 그 이유도 함께 설명했는데요.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실검은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어야 하지만,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죠.
-'목적과 다르게 활용된다'는 의미는 조작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인가요?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보단 '의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에 가까운데요. 앞서 실검은 의도적으로 검색어를 급상승시켜 정치적으로 이용된 바 있죠. 상업적으로 보면 실검이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여민수·조수용 대표의 설명을 살펴보면, 실검이 어떠한 결과를 드러내주는 공간이 아니라, 실검에 오르면서 다른 결과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등 괜한 논란거리를 양산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죠.
-그렇군요. 카카오 실검 폐지 발표 이후 네이버 반응이 궁금한데요.
-네이버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기존 자신의 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인데요. 네이버는 앞서 언급한 여러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고 현재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마다 다른 실검 순위가 보이도록 하는 서비스를 적용했는데요. 실검의 문제로 지적된 '과도한 주목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회사별로 생각이 조금씩 다른 것 같네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생각은 오히려 같다고 볼 수 있는데요. 두 회사 모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실검 개편에 접근하고 있죠. 카카오는 '폐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고, 네이버는 '수정·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두 회사는 재난 속보 등 사용자가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이슈가 빠르게 확산되는 등 실검과 같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번에 실검 폐지를 알린 카카오도 이러한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대체 서비스'를 준비해 내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 '주주권 강화' 국민연금, 오너 비리 불거진 한국타이어에 딴지 걸까
-국민연금이 앞으로 횡령과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 기업 오너나 대표이사 등의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요. 이에 국민연금이 지분을 갖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오너 일가의 비리가 연달아 터진 한국타이어가 주목받고 있다고요?
-네. 한국타이어는 최근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이 모두 횡령 혐의로 기소가 됐는데요. 국민연금이 지분 7%를 보유한 한국타이어가 기소된 오너 일가를 통해 기업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에 향후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은 27일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에서 횡령이나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 가치가 추락해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오너 형제의 횡령 혐의 역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한국타이어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강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이 한국타이어에게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나요?
-국민연금과 한국타이어의 관계는 결코 좋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국민연금이 한국타이어 주주총회에서 한국타이어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며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결국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한국타이어 이사회가 상정한 정관변경의 건은 고무제품 렌탈임대업, 방문통신판매 등 사업목적추가와 신주 인수권 발행 방식 변경 등 4개의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정관변경이 주주 반대로 무산되고 재무제표 승인안과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만 원안대로 처리됐습니다.
-그렇군요. 오너 일가의 비리가 불거진 한국타이어의 경영 상황은 어떤가요?
-무엇보다 오너의 횡령 혐의가 발생한 만큼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특히 조양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사장은 지난달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감으로 기소돼 경영 공백이 생기고 있고요. 한국타이어는 이번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대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목적이 장기수익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주주 활동 대상을 선정할 때 해당 기업의 산업적 특성과 기업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은 한국타이어를 포함해 국내에 700여 개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이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 DLF 사태 제재심 임박…징계 수위 관건은?
-이번에는 금융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개최가 가시화됐다면서요.
-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DLF 판매 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담은 사전 통지서를 각 은행별로 전달함에 따라 제재심 개최를 예고했습니다. 사전 통지서에는 은행에 대한 제재와 경영진에 대한 징계안이 담겨있는데요. 업계는 물리적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다음 달 중순께 제재심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 같은데요. 업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개별 임원이 받을 수 있는 징계 수위는 제각각인데요. 최악의 경우 해임 권고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DLF 사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만큼 중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어떤 요소를 중점적으로 볼 것으로 예상하나요?
-우리은행의 경우 사태가 불거진 후 손태승 회장이 소비자 보호 기금 조성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배상 의지를 드러내며 대다수 DLF가 손실을 회복한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꼽힙니다. 또한 대다수의 DLF가 손실을 회복한 점 역시 참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DLF를 전국 지점에서 판매한 점을 고려하면 기관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손 회장 역시 포괄적인 책임을 물어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하나은행은 어떤가요.
-하나은행의 경우 일부 영업정지 등 우리은행보다는 더 강력한 기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 검사 직전 증거를 인멸하려던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엔 은행 지배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그렇습니다. 다만, 금감원 제재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원회 판단도 받아야 하는데요. 이에 따라 은행 측이 적극적인 소명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재심에서 결정되는 징계 수위에 따라 은행과 금감원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네요.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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