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 '한돌'과 바둑 인생 마지막 대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이세돌(36)이 25년 바둑 인생을 마무리하는 대국을 21일 치른다. "마지막은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겠다"고 공헌한 만큼 AI와의 대결 승패 결과보다는 이날 이세돌이 보여줄 대국 내용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세돌은 21일 낮 12시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NHN의 바둑 AI '한돌'과 최종 3국을 치른다. 이번 대결은 이세돌의 은퇴 대국이다. 고별전이라는 점에서 고향인 신안에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앞선 1·2국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진행됐다.
이세돌과 '한돌'의 대결은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조훈현과 이창호에 이어 세계 바둑 최강의 계보를 이어간 전설적인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의 은퇴 기념 대국이라는 점 외에도 상대가 인간이 아닌 AI로 결정돼 '빅매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국은 이세돌이 상대를 AI로 지목하면서 성사됐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올해 1월 신민준·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 릴레이 대국을 펼쳐 전승을 기록했다. 특히 8월 세계 AI 바둑대회에 첫 출전해 3위를 기록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를 상대로 1승(4패)을 거두며 '알파고'에 승리한 유일한 인간인 이세돌과 국내 최고 성능의 AI 간 대결이다.
지난 18일 열린 1국에서는 이세돌이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해당 대국은 같은 조건에서 인간이 AI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공감한 상황에서 이세돌이 먼저 2점을 놓고 시작하되, 7집반을 '한돌'에게 주는 접바둑 형태의 '치수 고치기'로 진행됐다. 평소 공격적인 스타일인 이세돌은 1국에서 수비적인 모습을 유지하며 기회가 올 때마다 '한돌'의 실수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대등한 방식인 호선(맞바둑)으로 치러진 2국에서는 '한솔'에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흐름은 초반 '한돌'이 우세를 잡은 이후 시종일관 유리한 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대로 흘러갔다. '한돌'은 초반 미세한 실수를 범한 이세돌을 상대로 불과 40여수를 둔 시점부터 90%에 육박하는 승률 그래프를 내보이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고했다.
2국 직후 이세돌은 머리를 감싸는 등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세돌은 초반 좌상귀 접전에서 나온 실수와 관련해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다"며 "초반에 너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서 쉽게 패배한 그 부분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K바둑 해설자로 나온 유창혁 9단도 "너무 잘 둬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세돌은 "3국에서는 이세돌답게 두겠다"는 각오를 밝힌 상태다. 수비적으로 이기기 위한 바둑을 뒀던 1국, 초반 실수로 판을 짜지 못한 2국 등 앞선 대국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이날 펼쳐질 3국은 결과보다 내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세돌 스스로도 "승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세돌의 바둑은 정석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성, 치밀한 수읽기, 맹렬한 공격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앞선 경기에서 아쉬움을 나타낸 이세돌이 이날 3국에서 '자신의 바둑'을 선보이며 만족스러운 고별전을 치를지 주목된다. '알파고' 승리 당시 세상을 놀라게 한 '78수'와 같은 '신의 한수'가 이날 나올지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날 3국은 이세돌이 2점을 먼저 두고 시작한다. 1국과 마찬가지로 '치수 고치기' 형식이다. 이날 대국을 마친 이세돌은 바둑계 은퇴와 '한돌'과 맞대결을 벌인 소감 등을 전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rocky@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