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신동빈 판결 취소사유 아냐"…'뉴롯데' 추진 전력
[더팩트|한예주 기자] 관세청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롯데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전날 최종 회의를 열고 대법원의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판결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면세점 운영권)를 박탈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월 17일 상고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의 뇌물(K스포츠재단 지원)을 준 신동빈 롯데 회장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관세법 제178조 2항은 '특허보세구역(면세점) 운영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세관장이 특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세청은 이후 두 달 가까이 이 건이 특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했다.
관세청 내부 변호사와 면세점 전문가들은 신동빈 회장의 유죄 판결 내용이 관세법상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대법원 판결문을 중심으로 꼼꼼히 들여다봤다. 외부기관의 법률 자문도 병행했다.
결국 관세청은 신 회장의 뇌물 공여가 면세점 특허 '공고'와 관련된 사안이라 관세법 제178조 2항과 관련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해당 관세법(제178조 2항)은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즉 특허 '취득'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에 검찰의 주장대로 뇌물 덕에 면세점 특허를 새로 부여하는 '공고'가 이뤄졌다고 해도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지금까지 롯데가 펼친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관세청의 결론에는 법률적 판단뿐 아니라 고용이나 현재 면세점 업황 등도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월드타워점에 근무하는 1500명의 대량 실직이 우려되는 데다 전체 면세·관광산업이 더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롯데는 매년 1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월드타워점 특허를 지킬 수 있게 되면서 롯데면세점의 호텔롯데 상장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하면서 그 핵심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을 꼽았다. 롯데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 일본 경영진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한 구주 지분율을 줄이고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은 수년간 미뤄져 왔다.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와 법정구속 등의 요인에 더해 중국의 사드(THAA·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면세점 실적이 완전히 고꾸라졌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롯데면세점은 호텔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면세점의 실적 부진은 호텔 상장 과정에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매출은 2017년 5721억 원, 2018년 9382억 원으로 연 매출이 1조 원에 달하는 핵심 매장이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문 매출의 14% 이상을 차지한다. 롯데면세점의 실적 저하로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된 것을 고려한다면, 월드타워점 유지는 호텔롯데 상장에 탄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황각규 롯데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사업 안정화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여건만 되면 진행할 계획이지만, 경제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롯데 측은 이미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 호텔롯데 상장 재도전을 모색하는 중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어려운 국내 면세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국내 면세시장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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