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규호 COO, '40대' 토종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숨 불어 넣나
[더팩트|한예주 기자] 코오롱그룹 4세 이규호 코오롱FNC 전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로 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 취임 1년째를 맞은 이 전무는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오너 일가 4세'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기에 충분했지만, 무엇보다 '젊은 감각'을 앞세운 이 전무의 감성 경영은 그가 패션사업 부문의 재건이라는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지 1년여가 지난 현재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아쉬운 평가와 함께 시험대에 오른 이 전무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부동의 1위, 연매출 5200억 원, 회사 전체 이익의 3분의 1.
브랜드 탄생 46년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는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한때 받아든 성적표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코오롱스포츠의 선전에 힘입어 코오롱FNC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다.
실제로 코오롱스포츠는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13년까지 아웃도어 열풍 속에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내 이익 비중도 무려 30%를 넘어서며 주력 사업인 산업자재와 화학부문에 버금가는 높은 수익성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후 코오롱FNC의 실적은 서서히 나빠졌다. 경쟁 업체 증가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아웃도어 열풍마저 빠르게 식으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위축됐다.
코오롱스포츠의 부진은 코오롱FNC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코오롱FNC의 순매출액은 476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954억 원) 대비 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17억 원에서 158억 원으로 30%가까이 줄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무려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 이 전무의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것 역시 연일 내리막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전무가 위기 타캐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체질 개선'이다. 콘셉트스토어 시리즈를 선보이고 첫 매거진을 발행하는 등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는 '솟솟'이라는 새로운 한글 간판(로고)을 단 매장으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시작했다. '뉴트로'(새로운 복고)를 선호하는 젊은 층에는 브랜드 역사와 전통을 알리고, 장년층에는 옛 추억을 자극해 소비심리를 끌어내겠다는 목표다.
솟솟은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다. 브랜드 역사와 콘셉트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카페이자 나만의 메시지나 이니셜을 넣은 소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공방 역할도 한다. 점포의 간판은 코오롱스포츠 로고 모양을 보이는 대로 한글로 쓴 '솟솟'을 기본으로 지역 특징을 뒤에 덧붙이기로 했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이야기하는 매거진 '썸웨어(SOMEWHERE)'도 처음으로 발행했다. 'SOMEWHERE'는 여행지 등의 장소와 삶의 방향성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Inspiration', 'Inter+view', 'Item', 'Idea' 네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아웃도어 역사, 헤리티지 상품 소개 등을 다룬다. SOMEWHERE 매거진은 반기 1회 발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코오롱의 색다른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코오롱스포츠와 경쟁을 벌이는 아웃도어 브랜드마다 앞다퉈 '탈(脫)아웃도어' 전략을 꺼내들며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젊은 감성'을 강조하는 이 전무의 체질개선 전략 역시 업계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스포츠의 부진이 장기화한 데는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급변하는 패션시장에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라며 "이제라도 브랜드 정체성에 변화를 주는 파격적인 체질개선에 속도를 높인다면, 40여년 동안 패션업계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아웃도어 패션 시장 침체가 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이미지 변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수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업체 간 과열된 경쟁 구도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는 분위기다"라며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를 넘어 캐쥬얼 브랜드까지 경쟁 영역을 넓힌 만큼 코오롱스포츠의 과감한 시도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코오롱FNC 측은 "46년의 역사를 가진 코오롱스포츠는 그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콘텐츠로의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그 때 그 시절을 모두 겪으며 지나온 브랜드인 만큼 뉴트로 트렌드를 제대로 소화하고, 현재의 고객에게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hyj@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