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인도장 두고 정부·중소기업 입장차 '뚜렷'
[더팩트|한예주 기자] 입국장 면세점에 이어 입국장 인도장 설치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장까지 설치되면 대기업 면세점들의 과점이 더욱 심해져 생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공항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 설치를 골자로 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여야의 큰 이견이 없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되면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을 해외여행 기간 내내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입국하면서 찾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편의가 기대된다.
다만, 9대2의 경쟁률을 뚫고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던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의 입장은 다르다. 입국장 인도장이 생긴다면 입국장 면세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어 대기업들과의 생존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견해다.
앞서 지난 5월 31일 문을 연 입국장 면세점 역시 국내 여행객의 편의성 증진과 해외소비의 국내 전환을 이유로 도입됐다.
하지만 출범 7개월 차를 맞은 입국장 면세점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인기 상품인 담배와 명품, 고가품목을 취급하지 않고, 출국장 면세점에 비해 상품 수가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관세청과 면세업계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은 출범 첫 달인 6월 53억6200만 원에서 7월 41억8700만 원으로 떨어졌고, 8월과 9월에도 각각 47억7300만 원, 43억1400만 원의 매출을 거뒀다. 10월엔 49억1200만 원으로 오픈 첫 달보다 줄었다. 이는 당초 인천공항공사가 예상한 월평균 매출 80억 원을 훨씬 밑돈다.
매출이 부진하자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개장 이전에는 직·간접 고용인원이 582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고용된 인원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70여 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정책의 일환이었던 입국장 면세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현재 담배 판매 허용, 매장 면적 확대, 입국장 면세점 추가 설치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입국장 인도장이 생긴다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가뜩이나 입국장 면세점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역할마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시범운영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전인데 인도장 도입은 이른 것 같다"며 "정부 기대치보다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입국장 인도장이 들어오게 되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입국장 인도장이 생기면 온라인 프로모션을 앞세운 대기업의 시장 과점이 심화할 것"이라며 "그럼 입국장 면세점은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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