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 9조5989억 원 달해
[더팩트|윤정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정몽규 HDC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를 계기로 기존 건설과 호텔, 면세점에 항공업을 더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지만 10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 부채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최종입찰에 참여했던 3개 컨소시엄 중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라고 평가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5000억 원 수준의 인수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략적투자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재무적투자자인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7대 3 비율로 진행하는 구조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2조5000억 원의 인수대금 중 70%에 해당하는 1조7500억 원을 HDC가 지불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투자증권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1조6416억 원. '현금 부자'로 일컬어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지만 유동자산을 전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본업은 탄탄하나 아시아나항공에 대규모 자본투자가 진행돼야 하고, 부채비율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신주 발행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떨어지지만, 반대로 현대산업개발의 부채비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HDC현대산업개발 매출의 근간인 건설과 항공 분야의 시너지가 적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력사업인 건설업도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호텔, 면세점 사업 시너지에 지나친 배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4분기 매출은 92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47% 감소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929억 원으로 6.43%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 후에도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 10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5989억 원, 부채비율은 659.5%. 영업손실도 1169억 원에 달한다. 향후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차입금 상환, 노후 항공기 교체 등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매우 특수한 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의 기업이 건설업으로 진출하거나 건설사가 다른 산업으로 진출할 때 실패할 위험이 크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기업 문화 등을 갖추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근간인 건설업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더 어려운 항공산업에 진출하는 게 좋은 선택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의 재무·경영상태 실사 중 예상치 못한 채무 등이 나올 경우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금호산업의 입지가 넓지 않은 상황이라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까지의 과정은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이 틀어지면 매각 주도권이 금호산업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넘어간다. 채권단은 지난 4월 아시아나 발행 영구채 5000억 원 을 인수하면서 연내 매각이 무산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 주도권을 넘겨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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