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적용 공정위 특약매입…백화점 부담 커져
[더팩트|한예주 기자] 국내 백화점 '빅3'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올해 사실상 마지막 정기 세일에 들어가며 소비자들 발길 잡기에 전념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이번 세일 기간 동안 프로모션을 강화해 고객 혜택을 늘리고, 해외패션·수입의류 등 브랜드별 자체 할인 행사를 진행해 연말 매출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세일이 백화점이 주체하는 마지막 정기세일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특약매입 지침'에 따라 백화점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먼저 지난 1년 간 큰 인기를 끌었던 롯데백화점 직매입 상품과 기획 상품을 한 곳에 모았다. 지난 9월 출시해 한 달 만에 5만장을 판매한 '롯데 캐시미어 니트'가 대표적이다. 스트리트 브랜드 '널디'와 협업해 출시한 '그래피티 코랄 에디션', 캐주얼 브랜드 '하이드아웃'과 기획해 내놓은 '지킬앤하이드 롱후리스' 등도 판매한다.
온·오프라인 통합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행사 기간 동안 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가까운 매장에서 수령하는 '스마트픽'을 이용한 고객 2000명에게 쿠폰을 지급한다. 매장을 방문해 'QR 바로구매'를 이용한 고객에게는 구매 금액의 5%를 엘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모든 점포에서 신세계 단독 브랜드, 해외 유명 브랜드, 인기 국내 브랜드 등 270여 개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연말세일에 나선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마이클코어스를 비롯해 코치·비비안웨스트우드·스텔라맥카트니·드리스반노튼·조르지오아르마니·지방시·겐조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시즌 오프가 진행된다. 오는 21일부터는 분더샵·마이분·슈컬렉션 등 신세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명품 편집숍들도 시즌오프에 나선다. 또 남성·여성·스포츠 등 패션 의류부터 생활·식품 등 전 카테고리에서 브랜드 세일이 동시에 펼쳐진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전국 15개 점포에서 '윈터 시즌 오프'를 진행한다. 아우터 수요가 많은 스포츠·아웃도어 상품군의 경우 상품권 지급률을 이전 대비 2배 높였다. 구매 고객에게 금액대별(40·80만 원 이상 구매 시 4·8만원)로 10% 상품권을 증정한다. 또 제휴카드(KB국민·현대·NH농협)로 해외패션·준보석 상품을 구매할 경우, 금액대별로 7% 현대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특약매입 지침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각 백화점들이 고민에 빠졌지만 업체들의 반발에 공정위가 내년 1윌로 시행 시기를 늦추면서 연말 세일을 일제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내놓은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는 백화점이 세일을 '주도'하면 할인 행사 비용 중 절반 이상을 백화점이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는 백화점이 설정한 정기세일 매출 목표 달성 등을 위해 입점업체에 과도하게 세일을 강요해왔고, 가격 할인에 따른 판촉비 부담을 부당하게 전가해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특약매입 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물론 백화점이 할인 행사 주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면 판촉비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입증에는 두 가지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 할인 행사를 두고 입점업체의 '자발성'과 '차별성'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자발성 요건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사전 기획이나 요청 없이 입점업체 스스로 행사 시행을 기획하고 결정한 경우에만 인정받을 수 있다. 차별성 요건은 판촉 행사의 경위·목적·과정·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른 입점업체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때에만 인정한다고 개정안에 명시해 놨다.
다만, 백화점업계에서는 공정위가 판촉비 부담 예외 조건으로 내건 두 가지 모두 다 현실적으로 판단 내리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어디까지를 입점업체의 자발성으로 봐야할지 아리송하다. 특히 '차별성 요건'의 경우 공정위 기준은 더 애매해 입점업체와 백화점 간 다툼의 소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지침 떄문에 내년까지는 정기세일에 대한 장담을 못할 것 같다"며 위축이 되는 건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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