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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빼빼로' 이름 빠진 '빼빼로데이' 대목 기대 '실종'

  • 경제 | 2019-11-11 11:31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서울 시내 주요 편의점들마다 매대를 세우고 행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서울 시내 주요 편의점들마다 매대를 세우고 행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하나더데이·블랙위크'…日 불매운동으로 이름 사라진 '빼빼로데이'

[더팩트|이민주 기자] 유통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맞아 서울 시내 주요 편의점들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매장 앞 매대에 빼빼로 행사 제품을 화려하게 진열한 채 손님 맞을 채비가 한창이다. 형형색색 다양한 제품이 매장 내부를 가릴 만큼 가득 쌓여 있는 광경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업주들의 표정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7월을 기점으로 4개월째 지속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올해 행사에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빼빼로데이 준비기간인 지난 8일부터 당일인 11일까지 서울 시내 편의점 20여 곳을 찾았다. 각 매장들마다 화려한 포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빼빼로 행사 상품들이 개별 포장부터 묶음 포장까지 다양한 형태로 매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정작 구매를 하는 손님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다수 점주들은 "아직까지 판매량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올해 하나더데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하고는 있으나 예년처럼 빼빼로를 메인으로 광고를 하거나 하는 부분이 없어졌다"며 "오늘 많이 팔리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작년이랑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보통 당일에도 많이 팔리지만 보통 전일이나 직전 주에도 빼빼로가 꽤 팔리고는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기간부터도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확 줄었다"고 말했다.

대학가 앞 CU 매장 직원도 "불매운동으로 인해 포키는 아예 발주가 막혔다. 하필 주말에 비가 오기도 했고 불매운동 영향도 있어 빼빼로가 예년에 비해 많이 안 팔렸다"며 "낱개로 빨간(기본) 빼빼로를 사간 사람 몇 명이 전부다. 작년보다는 절반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점주들은 행사 당일 판매량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빼빼로데이 당일부터 익일 새벽까지 전체 판매량이 50%를 차지하는 만큼 당일 매출을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다.

11일 대학가 앞 한 세븐일레븐은 내부에 빼빼로 매대를 세우고 대목 맞이에 나섰다. 예년만 못한 빼빼로 판매량에 점주들이 울상이지만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당일과 익일 새벽까지의 판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민주 기자
11일 대학가 앞 한 세븐일레븐은 내부에 빼빼로 매대를 세우고 대목 맞이에 나섰다. 예년만 못한 빼빼로 판매량에 점주들이 울상이지만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당일과 익일 새벽까지의 판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민주 기자

서대문구에 있는 한 CU 편의점주는 "원래 당일이 메인이다. 빼빼로데이 날에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에 오늘 판매되는 추이를 봐야 한다"며 "특히 오늘이 월요일이라 학교 가는 학생들이 등교길에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주말 판매량은 작년만 못했지만 오늘은 또 다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도 "준비기간(당일 전까지) 동안 판매량이 저조하다고 해도 당일에 많이 팔릴 수도 있다. 원래 빼빼로데이 전후 3일을 놓고 봤을 때 당일에서 익일 새벽까지 판매되는 양이 전체50%에 달한다"며 "주말에 판매량이 저조한 것은 날씨(비) 영향도 있을 것이다. 발주량도 판매되기 충분한 만큼 나갔다.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 분위기가 예년과 크게 달라진 데는 '불매운동'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빼빼로데이는 편의점, 대형 마트 등 유통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빼빼로 일년 매출의 절반이 빼빼로데이 시즌에 발생한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지난해 빼빼로 매출액은 950억 원으로 이 가운데 행사 시즌(9월~당일)에 발생한 금액은 470억 원(49%)이다. 여기에 빼빼로를 사러 온 고객들이 캔디류를 추가로 구매하면서 당일 전후 3일간 편의점 과자·캔디류 매출은 평소 대비 10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는 '불매운동'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빼빼로 제품을 생산하는 롯데가 일본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빼빼로도 불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빼빼로는 지난 1966년 일본 클리코사가 출시한 '포키' 제품을 전신으로 한다.

11일 홍대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남자친구와 '올해는 빼빼로데이를 챙기지 말자'고 서로 약속했다"며 "이유는 불매운동이다. 빼빼로가 롯데 것이라 불매제품이 됐다고 알고 있다. 친구들도 빼빼로를 불매하는 분위기다. 괜히 논란이 되는 것이 싫어 올해는 그냥 인형이나 선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용산구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원래부터도 빼빼로데이를 상술이라 생각해왔다"라며 "작년에는 직장 동료들에게 주려고 회사 앞 편의점에서 몇 개를 구매했지만, 올해는 불매운동 때문에 안 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편의점 업계도 관련 행사에서 빼빼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GS25는 올해 빼빼로데이 행사 대신 '하나더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초콜릿 등의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CU는 '블랙위크'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하면서 포키 등 제품을 행사에서 제외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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