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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그땐 그랬지…" 한숨짓는 아웃도어 업계, 생존 '몸부림'

  • 경제 | 2019-11-07 00:00
아웃도어 시장이 불황에 허덕이며 나름의 생존전략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아웃도어 시장 호황 당시 할인 행사에 고객들이 몰린 모습. /더팩트 DB
아웃도어 시장이 불황에 허덕이며 나름의 생존전략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아웃도어 시장 호황 당시 할인 행사에 고객들이 몰린 모습. /더팩트 DB

시장 규모 매년 '내리막'…이름·상품 바꿔 체질개선 '집중'

[더팩트|한예주 기자] 아웃도어 업계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

한때 "외국에서 등산복을 입고 있으면 한국인이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호황을 누렸었지만, 등산 마니아들이 주를 이뤘던 여가 생활의 트렌드가 골프나 낚시 등 다른 레저활동으로 옮겨진 데다 최근 시장 전반에서 구매력을 갖춘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등산복은 부모 세대만 선호하는 비싼 옷'이라는 인식까지 확산하면서 말 그대로 전례 없는 '불황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유명 브랜드들조차 '탈(脫) 아웃도어'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에 집중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등 생존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 '날개 없는 추락' 저무는 아웃도어 시장

7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6조8000억 원, 2016년에는 6조 원, 2017년 4조7500억 원, 지난해 4조5000억으로 축소됐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를 비롯해 블랙야크, 네파, K2코리아, F&F 등 주요 아웃도어 업체 5곳의 지난해 총 매출은 약 1조82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도 네파 등 일부 업체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웃도어 시장 불황은 최근 수년 간 우리나라 국민의 여가 생활 트렌드가 아웃도어(outdoor)에서 인도어(indoor)로 바뀌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있다. 미세먼지와 한여름 무더위로 인해 요가, 필라테스, 홈트레이닝 등 실내에서 하는 운동의 인기는 치솟으며 '애슬레저'라는 새로운 분야까지 등장했다.

애슬레저(athleisure)는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를 합친 말로 가벼운 스포츠 활동을 뜻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대표적인 애슬레저 룩인 레깅스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13년 4345억 원에서 지난해 6958억 원으로 약 60%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애슬레저 룩과 같은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패션이 급부상한 반면, 아웃도어 브랜드는 기존의 기능성만을 강조한 익스트림 이미지를 고집하며 트렌드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의 경쟁은 심화됐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히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불황을 부추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은 다운점퍼를 주력으로 성장했지만 포화 상태로 접어들며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피해 가지 못하고 3대 패션업체인 LF 역시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한국 사업을 국내 시장에서 종료했다. 라푸마는 아웃도어 시장이 전성기를 누린 2010년대 초반 연 매출 2500억 원까지 올랐지만 시장 침체기에 들어서자 매출은 1000억 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LF는 이번 사업 철수 결정에 따라 내년까지 전국 라푸마 백화점·가두점 매장 81개를 순차적으로 철수하며 최근 유통사와 가맹점주와 폐점 논의도 시작했다.

LF가 내년까지 라푸마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다. 사진은 라푸마의 '라이트히트 경량다운' 사진. /라푸마 제공
LF가 내년까지 라푸마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다. 사진은 라푸마의 '라이트히트 경량다운' 사진. /라푸마 제공

앞서 '밀레'도 한국법인인 밀레에델바이스홀딩스가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잠재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아웃도어 업체의 매각설은 매년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아웃도어 사업에서 손을 뗀 곳도 있다. 휠라는 '휠라아웃도어' 사업을 2015년 접었고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형지도 '살로몬'과 '노스케이프' 사업에서 손은 뗐다. LS네트웍스와 네파도 '잭울프스킨'과 '이젠벅'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 생존 위한 타개책 '탈 아웃도어'…"단기 유행 조심해야"

위기에 빠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성장'보다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등산복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로의 진화를 위해 캐주얼 영역을 넘나드는 의류를 앞다퉈 선보이며 '탈(脫) 아웃도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캐주얼을 중심으로 패션 트렌드 변화 대응에 성공한 곳으로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을 꼽을 수 있다. 업계는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캐주얼 부문을 확대하는 데 성공해 타 아웃도어 브랜드와 주력 시장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이에 지난해 8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아웃도어'는 브랜드명을 '빈폴스포츠'로 바꾸고 라이프스타일형 패션 스포츠웨어로 재탄생했다.

밀레의 '엠리밋'도 2016년부터 등산복 위주의 아웃도어와 생활 스포츠를 아우르는 종합 스포츠 브랜드로 전환했다. 지난 3월엔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 '크리틱'과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스트리트 브랜드의 주요 고객인 젊은층 공략에 성공했다.

최근 네파는 코트형 다운인 '아르테'를 선보이며 '아웃도어 브랜드=등산복' 공식을 완전히 깼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코트형 다운 제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아웃도어 업계는 등산복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네파가 올해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전속모델 전지현과 함께 촬영한 네파 아르테 TV 광고 모습. /네파 제공
국내 아웃도어 업계는 등산복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네파가 올해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전속모델 전지현과 함께 촬영한 네파 아르테 TV 광고 모습. /네파 제공

과거 근육맨 패딩으로 불리던 '눕시' 시리즈를 출시한 노스페이스는 '뉴트로'(신복고주의) 열풍 대열에 합류했다. 눕시는 최근에는 과거 복고 감성에 젖은 '패피'(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받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장기 불황에 대응하고자 단기적으로 유행하는 아이템을 대량 생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내며 아웃도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아가지 않으면 또 다른 과열경쟁이 이뤄질 뿐이라는 견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웃도어·비아웃도어 브랜드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아웃도어 시장의 '탈 아웃도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트렌드에 맞으면서도 아웃도어에 걸맞은 기술 개발이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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