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목표 해외매출 '1조 달성' 무난…상장 일정 앞당겨지나
[더팩트|한예주 기자] 롯데면세점이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거머쥐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질지 관심이 쏠린다.
호텔롯데 매출의 80% 이상이 롯데면세점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견조한 실적을 보여준다면 상장 일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입찰에 성공해 6년간 주류·담배 면세사업 운영권을 획득했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공사와 세부 계약을 조율한 뒤 2020년 6월부터 6년간 4개 터미널 입‧출국장에 위치한 18개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면적은 총 8519㎡ (2577평)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고 있는 해외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다. 6년간 예상 매출 약 4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롯데는 이번 입찰에서 인천, 오세아니아, 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공항 주류·담배 사업 운영 경험과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면세점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한 옴니채널 강화 전략 등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창이공항은 2017년 약 6157만 명이 이용했으며, 이용객 기준 세계 6위의 공항으로(인천공항 6152만 명, 7위) 영국 항공 서비스 전문 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가 발표하는 세계 최고 공항 순위에서 6년째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면세사업권 획득으로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중국 단체관광객의 빈자리를 보따리상들이 채우면서 매출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불어난 송객수수료 탓에 수익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롯데면세점의 해외를 공략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해외 매출액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 1400억 원에서 2018년 2400억 원, 올해는 7000억 원 달성이 목표다. 내년 해외 매출 1조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에겐 그 절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번 입찰이 주요했다. 창이공항 면세점의 주류·담배 품목 독점 영업사업은 연평균 약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사업이다.
상장을 추진 중인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3.7%가 롯데면세점에서 나왔다. 롯데면세점의 실적에 따라 호텔롯데의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만큼 호텔롯데 상장에는 면세점 실적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 3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그룹의 역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는 2016년 한 차례 상장을 추진한 전례가 있어 상장을 위한 내부 실무 준비는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부재 리스크에서도 벗어난 만큼 면세점 사업 실적이 실질적인 상장 일정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과 창이공항의 주류, 담배 사업권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글로벌 사업자로서의 브랜드 가치 상승은 향후 진행할 다양한 해외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창이공항점 운영권 획득은 '트래블 리테일 글로벌 1위'라는 비전 달성의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해외 신규 시장 진출 가속화를 통해 한국 면세점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자 선정 입찰에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독일 거버 하이네만(6위) 3곳만 참여했다. 1980년부터 창이공항 면세점 담배·주류 사업장을 운영해온 미국 면세업체 DFS는 물론, 앞서 입찰에 관심을 보였던 스위스 듀프리, 중국 CDFG, 프랑스 라가데르 등이 모두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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