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 씨 업무 복귀와 겹쳐…신형우선주 저가 매입 후 지분율 획득 가능
[더팩트|한예주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분율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서경배 회장 일가가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발행가액 2만8200원에 신형우선주 709만220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총 2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며, 신형우선주는 10년 뒤 1대 1로 보통주 전환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2000억 원 가운데 1600억 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쓰고 400억 원은 오설록 출자금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 아모레퍼시픽 지분 취득에는 아모레G의 현금 400억 원도 추가로 쓰일 예정이다.
아모레G는 이번 자금조달의 목적이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40%까지 늘려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취득이 완료되면 아모레G의 지분율은 기존 35.4%에서 37.7%로 상승한다.
다만, 업계에선 향후 유력한 승계자인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가 유학 후 업무 복귀한 시점과 이번 결정이 겹쳐 경영승계를 위한 전초작업일 가능성일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71%를 보유한 민정 씨는 학업을 마치고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유닛 뷰티영업전략팀 담당으로 회사에 재입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영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직급은 과장이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주가 부양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엔 승계가 목적인 신형우선주(전환)의 발행"이라며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 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6년 12월 아모레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경배 회장은 서민정 씨에게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48주를 증여한 전력이 있다. 증여 받은 우선주의 45%인 8만8940주는 증여세 명목으로 현물 납부됐고, 나머지 11만주는 아모레G에 현물 출자되면서 아모레G 상환전환우선주 24만1271주를 민정 씨는 받았다. 10년 후인 2017년에 아모레G의 상환전환우선주 (아모레퍼시픽G2우B)는 보통주 241만2710주로 전환됐다.
이 연구원은 "아모레G는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게 설정했는데, 만약 서경배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민정 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민정 씨는 향후 3.4%의 아모레G 지분을 추가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은 승계를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서 회장이 RCPS를 민정 씨에게 증여할 가능성과 RCPS 상장 이후 장내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아모레G 유상증자가 승계를 염두에 뒀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유증 과정을 통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 비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노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의 우리사주 우선배정 비율은 20%로 구주주 1주당 배정 비율은 0.0686641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서민정씨가 최대 물량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약 17만주에 그치며 발행 후 10년이 되는 날 보통주로 전환돼도 지분율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