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아이시스 밀어주기 위해 편의점에서만 판매"…롯데칠성 "판매처 다양화 전략일 뿐"
[더팩트|이민주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계열사 대표 유통채널인 롯데마트에서 자사 생수 브랜드 '백두산 하늘샘'을 판매하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백두산 하늘샘 제품은 온라인을 제외하면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제품별로 판매처를 다양화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업계는 이같은 전략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인기 생수 브랜드인 아이시스에 판매량을 몰아주기 위해 판매처를 나눠놓은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 한편, 백두산 하늘샘의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탓에 편의점에서 팔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그 규모가 약 1조36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붉은 수돗물 사태' 등 식수 오염 이슈가 발생하며 마시는 물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며 제품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생수 제조업체는 60여 곳이며, 업체마다 한 개 이상의 생수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전체 생수 브랜드는 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중 국내 생수시장에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품은 점유율 13.2%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다. 1위는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39.8%)이며 3위는 농심 백산수(8.5%)다.
한 개의 생수 브랜드만 판매하는 1, 3위 업체와 달리 롯데칠성음료는 무려 5가지 생수를 제조·유통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서 판매하는 생수 브랜드는 △아이시스 8.0 △아이시스 평화공원산림수 △아이시스 지리산산청수 △아이시스 금수강산순창수 △백두산 하늘샘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들 5가지 생수 브랜드를 각기 다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아이시스 8.0의 경우 전국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공통적으로 판매하지만 이외 생수는 지역별로 유통채널을 달리해 판매 중이다.
전략의 기본은 수원지에서 가까운 지역 위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수원지가 경기도 연천인 '평화공원산림수'는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지역을 위주로 유통되고 있으며, 수원지가 경남 산청군인 '지리산산청수'는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판매된다.
반면 수원지가 중국 길림성인 '백두산 하늘샘'의 경우 편의점 CU 매장과 일부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물류 효율화를 위해 전국 각지에 수원지를 두고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아이시스 8.0은 전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이외 브랜드는 수원지에서 가장 가까운 소비지역을 중심으로 유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롯데의 전략이 이른바 '아이시스 밀어주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생수 판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에 아이시스만을 유통시켜 이 제품 판매량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전체 생수 판매처 대비 대형마트 판매 비중은 25%로 가장 높다. 즉, 타사 제품에 비해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이시스가 자사 브랜드인 '백두산 하늘샘'과도 경쟁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곳의 수원지에서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와 농심과 달리,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다양한 수원지에서 생산한 생수를 '아이시스'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아이시스 8.0만 하더라도 수원지가 충북 청원군과 전북 순창군, 경남 산청군, 경북 청도군, 충북 청주시 등 다양하다. 여기에 평화공원산림수나 지리산산청수도 아이시스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 중이다.
이런 이유로 단일 수원지에서 생산된다고 홍보하는 타사 브랜드와 달리 롯데칠성음료는 수원지보다는 '약알칼리성'을 강조하고, 타사에 비해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2L 제품 판매가는 제주삼다수와 백산수가 980원, 아이시스가 660원이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가 대형마트에서 백두산 하늘샘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롯데칠성음료가 아이시스 판매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마트들이 저렴한 PB 상품까지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잠재적으로 경쟁 상품이 될 수 있는 백두산 하늘샘을 마트에 유통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롯데칠성음료가 아이시스 판매에 집중하는 배경으로 2위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봤다. 현재 생수시장 내 아이시스 제품의 점유율은 13.2%다. 그러나 이 수치는 롯데칠성음료에서 내놓은 4개의 아이시스 브랜드 제품 모두를 합한 결과다. 만약 단일 제품으로 본다면 아이시스 8.0의 점유율은 백산수보다 적은 7.6%에 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롯데칠성음료가 각기 다른 수원지에서 생산된 제품들에 모두 아이시스라는 이름을 붙여 점유율을 높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백두산 하늘샘이 비싼 편에 속해 대형마트에서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어 제품 가격이 모두 높고 비슷한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백두산 하늘샘은 롯데칠성음료에서 판매하는 생수 중 가격이 가장 비싸다. 롯데칠성몰에서 판매되는 백두산 하늘샘(2L, 12병) 가격은 9900원, 아이시스 지리산산청수는 8900원, 아이시스 평화공원산림수는 8900원, 아이시스 8.0은 9600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수의 경우 납품가와 판매가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서 파는 500ml 기준 삼다수는 430원인 반면, 편의점에서는 950원에 판매된다. 백두산 하늘샘의 경우 편의점에서 85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마트 납품가에 비해 편의점 납품가가 높은 편이다. 원가가 높은 백두산 하늘샘을 마트에서 판매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모든 제품의 가격이 비슷비슷한 편의점에서 이를 판매하는 방법을 택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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