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49곳 계약 만료…지방까지 뻗는 시중은행
[더팩트|이지선 기자] 지난해 서울시금고 '쟁탈전' 이후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두고 은행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말 금고은행 계약이 만료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많은 만큼 출혈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까지 울산광역시를 비롯해 대구광역시, 경상남도, 경상북도 등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의 금고 운영계약이 대거 만료될 전망이다. 각 지자체의 예산을 맡아 관리하는 금고은행 자리를 두고 지방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 이외의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각 지방은행과 NH농협은행의 주무대였다. 울산시의 경우 일반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는 경남은행이, 특별회계를 담당하는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지키고 있었다. 대구시 또한 1금고는 대구은행이, 2금고는 농협은행이 지켰고 경상남도는 1금고가 농협은행, 2금고가 경남은행이 맡고 있었다.
이 중 가장 먼저 계약이 만료되는 울산시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연간 4조 원을 관리하는 시금고 지정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받았다. 그 결과 1금고와 2금고에 기존 금고지기인 경남은행과 NH농협은행 뿐 아니라 국민은행도 도전장을 냈다.
이에 따라 이어지는 지자체 금고 입찰에도 시중은행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금고로 선정되면 대규모 예산을 예탁받아 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량으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기관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도 지자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목받는 지방 거점 시금고로는 연간 9조 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대구시를 비롯해 올해 말 도금고 계약이 끝나는 경상남도와 충청남도, 경상북도 등이다.
이에 따라 금고 경쟁이 결국 '출연금 경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는 금고은행을 선정할 때 여러 기준을 두고 보는데 그 중에서 '협력 사업비'도 하나의 평가항목이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입찰시 지출한 협력사업비로 1500억 원을 지출했다.
특히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의 참여로 '쩐(錢)의 전쟁' 양상이 짙어지자 볼멘소리를 냈다.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만큼 출연금이나 공격적인 금리 운용 정책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차례 금고 쟁탈전으로 출연금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난 3월 행정안전부는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막고자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기준을 개선하기도 했다. 출연금 관련 배점을 낮추고 '영엽망 수'나 지역 인프라 항목 평가를 높였다.
하지만 이 또한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평가 항목에서는 은행들이 크게 다른 면이 없기 때문에 결국 배점을 축소했더라도 출연금 규모에 따라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은행들이 지자체에 제공하는 협력사업비는 결국 '리베이트'의 성격이 짙다"며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금고 운영에 있어서 제도적 개선 뿐 아니라 금고 지정에 따른 협력사업비에 대한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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