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비은행 '벌크업' 추진할 듯
[더팩트|이지선 기자] 5대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 상반기 어닝시즌이 막을 내렸다. 가장 먼저 KB금융이 18일에 실적을 공개했고 우리금융 22일, 신한금융 25일,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이 26일에 반기 실적을 내놨다.
통상 최대 자회사인 은행 실적 순서대로 지주사 당기순이익 순위가 정렬되던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는 비은행 실적으로 순위가 뒤집혔다. 비은행이 지주사 실적의 변수가 되면서 앞으로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은행은 '국민'이 1위, 지주는 '신한'이 '리딩'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내며 '리딩 금융지주' 자리를 차지한 곳은 신한금융지주였다. 신한금융은 반기동안 1조9144억 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이어 KB금융이 1조8368억 원, 하나금융이 1조2045억 원, 우리금융이 1조1790억 원, 농협금융이 9971억 원 순이었다.
하지만 은행 실적으로는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였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1조305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신한은행은 1조246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국민은행에 밀렸다.
지주 3·4위도 은행 실적에선 뒤집혔다. 우리은행이 1조1523억 원(카드·종금 제외)의 반기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하나은행이 1조 33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4위 은행으로 쳐졌다.
결국 지주사 실적은 비은행으로 뒤집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한 효과가 컸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지주사 순익의 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효자'인 신한카드도 업계 둔화세 속에서 2753억 원의 실적을 내면서 분전했다.
KB금융은 보험과 카드에서 신한금융에 밀렸다. 증권사 실적은 1689억 원으로 신한금융투자(1447억 원)을 눌렀지만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합산해 1827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카드사도 146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자회사가 부족한 탓에 하나금융에 3위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다. 우리금융은 아직 은행 실적 비중이 큰 상황이다. 아직 은행 자회사인 카드사는 665억 원, 종금사는 22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하나금융은 증권사에서 1528억 원의 순익을 내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하나카드도 337억 원, 하나생명은 128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농협금융 역시 비은행이 뼈아팠다. 은행이 8456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두 보험사 실적이 생보 121억 원, 손보 59억 원에 그치면서 전체 실적이 뒤쳐졌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주 실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NH증권은 상반기 2785억 원(지배주주지분 기준)의 순이익을 거뒀다.
◆ '비은행' 영향 커질 듯…"이자 수익만으론 어려워"
이처럼 비은행 계열사가 지주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는 추세다. 은행의 기본적인 이자마진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시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지주사들이 비은행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단 우리금융은 비은행 강화가 절실하다. 아직 은행 수익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동양·ABL자산운용사 지분을 인수해 지난 24일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면서 비은행 다각화의 신호탄을 쐈다. 25일에는 국제자산신탁 경영권 지분 인수 계약까지 마친 상황이라 하반기 실적에서는 3위 역전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도 하나생명과 하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저조한 만큼 M&A 등을 통한 '벌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앞으로 계속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증권사도 키우고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에 총 1조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자기자본을 꾸준히 늘려 10일 증선위에서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받았다. 하나금융은 앞으로 증권사를 초대형 IB까지 키울 계획이다.
KB금융도 비은행 강화로 '리딩금융지주' 탈환을 노린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또한 지속적으로 인수합병 등 여러 방안으로 비은행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KB손보나 KB증권을 M&A를 통해 키워낸 만큼 현재 '약한 부분'으로 꼽히는 생보사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더해 가계대출 억제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예대마진을 통한 이윤 창출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수수료 이익 등 은행도 이익 다변화를 꾀하는데 더해 비은행 강화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수익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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