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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규직 99%' 자랑 홈플러스, 직급 구분 '갈등 증폭'

  • 경제 | 2019-07-05 06:00
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홈플러스가 기존 정규직 직원과 이번에 전환된 직원 사이에 차별을 두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4일 관악구 소재 홈플러스 앞 전경. /관악구=이민주 기자
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홈플러스가 기존 정규직 직원과 이번에 전환된 직원 사이에 차별을 두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4일 관악구 소재 홈플러스 앞 전경. /관악구=이민주 기자

기존 정직원은 '전임', 비정규직 출신은 '선임'으로 구별…직원들 '뿔났다'

[더팩트|이민주 기자] 직원 99%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당초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 전환자와 기존 정규직 직원을 구별할 수 있는 직급 체계 설명회를 가져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루겠다"며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으나 실제로는 차별 의혹을 자아낼 수 있는 직급 개편 설명회 내용에 직원들은 회사가 비정규직을 구분하기 위해 '꼬리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더팩트> 취재 결과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지점별로 직원 대상의 설명회를 열고 기존에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선임' 직급명을 '전임'으로 변경한다고 직원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기존 직원의 '선임' 명칭을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출신들에게 부여하고, 기존 직원들에게는 새롭게 '전임' 명칭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양 측을 구분해 차별하려 한다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홈플러스 측은 직급 체계에 혼선이 있을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기존 직원들과 전환된 직원들 모두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홈플러스의 직급 체계는 선임,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등으로 이뤄져있다. 선임으로 5년 동안 근무하면 주임으로 승진하게 되며, 4년 후에는 대리가 된다. 이후부터는 근무 평가나 근속년수에 따라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전임이라는 직급 명칭이 새로 생기게 되면 기존 정직원들은 전임~주임~대리 순으로 승진하게 되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이들은 선임~주임~대리 순서를 따르게 된다. 즉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에게는 '선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예정이다. 복수의 홈플러스 직원에 따르면 이처럼 별도의 '전임'이라는 직책을 두는 것이 마트 업계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한 불만은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전환된 직원들 양 쪽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기존 정직원들은 명칭만 '전임'으로 바꾸고 정규직 입사자에 대한 혜택은 주지 않는다며 "말장난"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이들은 행여나 차별 대우를 받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존 정직원 A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임이라는 직책을 만들고 정직원과 비정규직에서 전환된 직원을 구분해 승진 코스를 '투트랙'으로 나누려는 것 같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는 취지에서 '전임'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 같다. 그러나 명칭이 바뀌는 것 외에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책을 전임이라고 말만 바꿔놓고 책임만 더 부여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말장난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직원들 중에는 관련 사실을 모르는 직원들도 많은 상황이다. 4일 매장에서 만난 직원들에 '전임 직책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묻자 "모른다" 또는 "그게 뭐냐"는 답이 돌아왔다.

1일자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B씨는 <더팩트>에 "선임이었던 기존 정직원에게만 전임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며 "정규직 전환은 좋은 일이나 사실상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다. 임금 등 여러 부분에 있어 차별이 여전하다. 이번에 정규직이 된 직원들은 타 대형마트 비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향후 노조가 완전한 의미의 정규직 전환이 되로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측은 차별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직급 체계에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해 명칭만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4일 관악구 소재 홈플러스 내부 모습. /관악구=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측은 차별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직급 체계에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해 명칭만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4일 관악구 소재 홈플러스 내부 모습. /관악구=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측은 직급 체계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의혹이 제기된 '차별' 또는 '투트랙'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설명회에서 전임이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이는 이번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선임들과 기존의 정규직 선임 간 직급 체계에 혼선이 없도록 명칭을 '전임'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별도의 직급이 아니며 전임과 선임 모두 동일하게 연차가 차면 주임, 대리까지 직급 상승이 가능하다. 투트랙으로 구분하려는 것이 아니며 모두 관리자나 신선 전문가로 승진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사람과 기존의 정규직이 같을 수 없지 않나. 급여체계도 다르다. 이번에 전환된 비정규직 직원들을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똑같이 '선임'으로 둘 수 없어서 명칭만 변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로 무기계약직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 홈플러스홀딩스 등 홈플러스 전체 임직원 2만3000여 명 중 정규직 비율은 99%(2만2900명)가 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근속년수와 관계없이 모두 '선임' 직책을 부여받았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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