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별 다른 대안이 없는 게 더 고민이다"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철강산업 최대 행사로 손꼽히는 '철의 날' 행사가 열린 날, 정부가 고로를 운용하는 철강업체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이유로 조업정지를 확정 발표하며 철강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충남도는 지난 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고로에 대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블리더(bleeder)라는 안전밸브를 개방해 무단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혐의다. 전남도와 경북도 역시 같은 이유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의 각각 고로 1기 씩 10일 조업 정지 처분을 내리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는 '철의 날' 행사가 열렸다. 철의 날 행사는 국내 철강업계 사장단과 정관계 인사가 한 자리에 모여 국내 철강업을 돌아보고 우수한 철강인들에 대한 시상을 하는 자리다. 특히 철의 날은 지난 1973년 6월 9일 국내 최초의 고로인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1고로에서 처음으로 쇳물이 나온 날을 기념하고자 만든 날이다. 고로 운영 20년 째가 되는 해에서 최초로 고로가 중단되게 된 셈이다.
철강업계는 사실상 제철소 운영 중단에 가까운 조업 정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도의 조업 정지 처분에 따라 수차례 소명 자료를 제출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조업 정지 확정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 배출 원인으로 지목된 브리더 개방이 고로의 안전 가동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점검 및 보수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정비작업을 할 때 쇳물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수증기를 주입해야 한다"며 "이 때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브리더를 열지 않으면 고로가 폭발할 위험이 높아진다. 지난 20년 간 그렇게 해 왔고 전 세계 어디에도 브리더를 제외한 고로 압력을 견디는 프로세스가 없는데 이제와서 대책 없이 고로 가동 중단 처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역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철의 날 행사 장소로 들어서기 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난 안동일 사장은 "현재로써는 고로 브리더를 개방하는 방법 외에는 정비나 비상시에 다른 기술이 없다"며 "전 세계 철강협회, 고로사, 엔지니어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우 회장 역시 이날 자리에서 "철강협회 차원에서 입장문을 내겠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편 실제로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된 현대제철은 경제적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고로에서 연간 40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조업 정지 처분에 따라 고로를 10일 간 멈출 경우 쇳물이 굳어져 복구 작업에만 3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보수 비용을 제외하고도 8000억 원의 피해액이 추정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도의 조업 정지 처분을 받고 소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도 고로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액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총 12개의 고로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 중 포스코가 9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이 상당한 자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업 정비 처분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개별 기업이 아닌 철강업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입장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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