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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이웅열의 '넷째 자식' 인보사 퇴출, 재도약 가능성 있나

  • 경제 | 2019-05-29 00:00
코오롱생명과학이 20년간 공들여 연구개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오른쪽 위)'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결정되면서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에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있는 서울 마곡동 원앤온리타워. /더팩트 DB
코오롱생명과학이 20년간 공들여 연구개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오른쪽 위)'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결정되면서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에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있는 서울 마곡동 원앤온리타워. /더팩트 DB

식약처, "인보사 허가 제출 서류 중대한 하자 있어"…코오롱 '인보사' 끝내 국내 허가취소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가 결정된 가운데 '쓰나미'급 거센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약사법 76조와 62조(허가된 의약품과 다른 의약품을 제조했을 때 관련한 법) 위반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했다. 성분 논란이 일었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허위 자료를 통해 시판 허가를 받았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한 것으로 최종 결론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식약처의 실사 과정에서 자료제출 요구 및 현장실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협조해 왔다"며 "17년전 새로운 신약개발에 나선 코오롱티슈진의 초기 개발 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어, 결과적으로 당사의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하였으나 조작 또는 은폐사실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취소사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들을 바탕으로, 2액세포의 특성분석을 완벽하게 수행한 후 향후 절차에 대해 식약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식약처의 결정으로 코오롱생명과학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제공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제공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맞는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은 '존폐 기로'

먼저 가장 큰 문제는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존폐 여부'이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있어 '핵심'이었으며 상징적인 치료제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에 다른 파이프라인이 있다곤하지만 주력은 '인보사'였다"며 "상징적이었던 제품의 허가가 취소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사퇴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인보사에 19년간 1100억 원 투자 했으며, 인보사를 '넷째 자식'이라고 표현할 만큼 큰 애정을 보였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있어서 단순한 신약이 아니었으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였던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오롱티슈진은 사실상 인보사가 유일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기 전 3조원 대를 넘나들던 시가총액은 27일 종가 기준 5650억 원이 됐다.

이 업계 관계자는 "이웅열 전 회장도 이미 회사를 떠났으며, 코오롱그룹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이미 신뢰를 잃은 코오롱생명과학이 향후 다른 치료제를 개발한다하더라도 해당 제품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안타깝지만 상장폐지 뿐만 아니라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성사시킨 1조247억 원에 달하는 인보사 해외 기술수출·판매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왼쪽)와 먼디파마 라만싱 대표(오른쪽)가 무릎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일본 진출을 위한 기술수출 계약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성사시킨 1조247억 원에 달하는 인보사 해외 기술수출·판매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왼쪽)와 먼디파마 라만싱 대표(오른쪽)가 무릎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일본 진출을 위한 기술수출 계약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 '인보사' 생산 충주공장 직원 250여명 일자리 잃나

인보사를 생산해온 충주공장 직원들은 고용불안 중심에 서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은 2016년 130명인 직원들은 현재 250명까지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3교대를 염두해 최근 충주 공장의 생산직원 인원 수를 많이 늘렸다.

특히 인보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 연간 생산량을 1만 도즈에서 10만 도즈로 늘리기 위해 785억 원을 투입해 공장 신축 등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인보사 관련 생산시설은 멈춰선지 오래다. 주력품목인 인보사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충주공장 내부에서도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술수출 게약파기 가능성 …해외소송도 불리

이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해외 기술수출·판매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를 비롯해 약 1조247억 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및 제품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먼디파마와 6677억 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으며, 그외에도 중국 하이난성(2300억 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1000억 원), 홍콩·마카오(170억 원), 몽골(100억 원) 지역에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식약처 허가 취소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3상 보류 등에 따라 사실상 기술 수출과 제품 수출이 물거품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먼디파마 계약 파기될 경우 300억 원의 계약금 중 먼저 받은 계약금 150억 원도 돌려줘야한다. 먼디파마가 질권 실행 조건으로 달았던 인보사의 인허가와 성분에 문제가 생기면 계약 자체가 파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파기가 거론되는 시점에서 이미 수령한 계약금 150억 원 외에도 나머지 150억 원 수령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지난 2016년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일본 미츠비스타나베제약과는 계약금 반환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인보사 허가 취소로 미츠비시타나베의 계약 취소 사유에 힘이 받게 되며 소송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앞서 미츠비시타나베는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통보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인보사와 관련해 조작 또는 은폐사실은 없었다"며 "향후 재허가 신청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캡처

◆ 소액주주와 환자들 소송도 잇따라 진행 중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과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과 회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코오롱티슈진과 경영진이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은폐해 4000억 원대 투자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보사를 투여한 국내 환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법무법인 오킴스에 따르면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중 서류가 완비된 244명은 28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공동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환자는 지난 27일 기준으로 375명이다. 2017년 7월 식약처가 허가를 내준 후부터 지난 3월 말까지 국내에서 인보사를 맞은 환자는 총 3707명에 달해 소송에 참여하는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재도약 가능성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사태'를 딛고 일어날 수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정황'만 있을뿐 '확증'이 없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도 28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인보사 관련 브리핑에서 '코오롱 측이 허가를 목적으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석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증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식약처가 확증하긴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확실한 증거 없이 정황상으로 조작·은폐 사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하며 성분변경에 의한 인보사의 재허가 신청을 밟을 것을 예고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가 △세포사멸시험을 통해 44일 후 세포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음을 확인되었다는 점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장기추적 관찰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까지 인보사케이주의 안전성에 큰 우려가 없으며, 임상결과를 통해 통증개선 및 기능개선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강석연 국장 역시 이날 "임상에서 밝혀진 결과에 의하면 통증 개선효과 또는 기능 개선효과는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들을 바탕으로, 2액 세포의 특성분석을 완벽하게 수행한 후 향후 절차에 대해 식약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스럽게 보고있다. 자칫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로 관련 업계에 대한 신뢰도 같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본다"며 "주가 하락 등 직접적인 영향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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