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점유율 90% 육박...적자 허덕이는 중소∙중견 신규 특허 꿈도 못꿔...
[더팩트 | 신지훈 기자] 면세점 업계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이른바 업계 '빅3'를 제외한 면세점들은 대다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롯데 36%, 신라 24%, 신세계 22% 등 3사가 차지하고 있는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만 봐도 이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5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신규특허 1개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업계는 실질적으로 특허 신청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히는 상황이며 이들마저도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면세점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생존싸움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면세점은 모두 26곳. 지난해 이들 국내 면세점들은 총 18조96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대기업 면세점이 16조979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반면 중소∙중견 면세점의 매출은 총 9425억 원으로 6.5%에 불과했다.
면세점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수치를 보면 더욱 극명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 1분기 매출을 기준으로 면세시장 점유율을 보면 롯데가 37.8%로 가장 높았고, 신라가 31.1%, 신세계가 17.9%를 차지하며 3강 체제가 더욱 굳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들 빅3 면세점이 거둔 국내 면세점 1분기 매출 점유율은 87%에 이른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20일 "빅3 면세점의 브랜드파워와 바잉파워가 워낙 막강해 3강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명품 및 브랜드 유치에서도 기타 면세점들이 3사에 크게 밀려 고객들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빅3의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은 1분기 매출액 1조369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330% 증가한 1065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신라면세점의 1분기 매출액은 1조2262억 원, 영업이익은 8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73%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7033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의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236억 원에서 127억 원으로 줄었다.
반면 3사를 제외한 나머지 면세점들은 적자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 1분기 2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타면세점과 동화면세점 역시 최근 3년 간 각각 600억 원, 400억 원의 누적 손실을 떠안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3년 간 1000억 원이 넘는 누적 적자로 아예 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서울 시내 중소 면세점 한 관계자는 20일 <더팩트>에 "중국 다이궁(보따리상)들이 많은 종류의 물품과 물량을 갖춘 대형면세점을 선호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수수료 등의 비용도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어 자본력이 곧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4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시내면세점 서울 3개, 인천과 광주 각각 1개 등 총 5개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충남에 1개의 시내 면세점을 추가했다. 특허가 늘어난 만큼 면세점이 새로 들어선다면 전국에 시내면세점은 현재 26곳에서 32곳이 된다. 특히 서울에 위치한 대기업 면세점은 현재 10곳에서 최대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면세점 업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2015년 6곳에 불과했던 면세점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되며 경쟁이 심화된데다, 다이궁 발 수수료 싸움으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며 면세점들의 매출 증가에도 수익은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추가로 3개의 시내 면세점이 생기면 과당경쟁으로 인한 면세점 업계의 '치킨게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한화와 같이 조기에 특허를 반납하는 회사가 또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2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기업인 한화가 면세사업에서 발을 뺀 것만 보더라도 면세업계의 현 상황을 알 수 있다"며 "빅3를 제외한 대다수 면세점들이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에 3개의 신규 면세점이 들어서면 이들의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면세점의 주 고객은 다이궁이기 때문에 마케팅 수단이 수수료밖에 없어 비용 출혈로 인한 면세점 업체들의 치킨게임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결국 자본력을 갖춘 업체가 남을 것이고, 치킨게임에서 나가 떨어지며 한화와 같이 특허를 반납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면세업계의 시장상황을 보면 빅3를 중심으로 한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졌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에 신규로 나오는 3개의 서울 시내 면세점도 빅3 외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4개 업체 정도가 특허를 따내기 위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제외한 대다수 면세점들은 현재 자본력도, 상황도 특허 신청을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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