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르노삼성,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수출 물량 '비상등'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의 앞날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협상을 두고 무려 11개월 만에 가까스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지 5일여 만에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노사·노조 간 잡음은 물론 대외 이미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2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전날(21일) 회사 노조가 총회를 열고 시행한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한 찬반투표 결과 찬성 47.8%, 반대 51.8%로 협상안이 부결됐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40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 원 지급, 성과 보상금 총 1076만 원 지급 등을 골자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노조의 반대표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1년여 가까이 지속해 온 노조와 갈등으로 이미 수천억 원 이상의 누적 손실을 떠안게 된 르노삼성으로서는 이번 찬반투표 결과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실제로 르노삼성과 업계에서는 노조 측이 잠정합의안 도출 전까지 62차례에 걸쳐 단행한 부분파업으로 발생한 르노삼성의 누적 손실 규모는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사 갈등'에 이은 '노노 갈등' 불씨가 살아난 것 역시 부담이다. 그간 회사와 노조 양측이 외주분사 및 배치전환 규정을 '노사 간 협의'에서 '합의'로 바꾸는 문제 등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부신공장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과 영업지부 조합원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찬반 투표 결과에서도 조합원 간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2219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한 찬반투표에서 부산공장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52.2%, 반대 47.2%로 노조 출범 이후 1차 투표 결과 기준 최대 찬성률을 보였다. 반면, 영업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34.4%, 반대 65.6%로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반 찬성표가 나왔다고 하지만, 기업노조에서도 여전히 협상안에 반대하는 조합원은 여전히 47%에 달한다"며 "강경파 노조 집행부와 다른 노선을 지향하는 조합원들과 소통 부재 역시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됐을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 만큼 르노삼성의 내부 결속 다지기 작업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일 뒷걸음질 치는 실적 속에 수출 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르노삼성은 올해(1~4월) 내수 시장에서 모두 2만2812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2만6458대) 대비 13.8% 줄어든 수치다. 수출은 더 심각하다. 수출 물량은 같은 기간 6만1538대에서 3만118대로 무려 51.1%가 줄었다.
특히, 노조 측의 파업 장기화로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이 반도막 난 데다가 오는 9월에는 위탁생산 자체가 종료를 앞두고 있어 신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와 직결되는 '노사 갈등'은 안타깝게도 국내 완성차 업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며 "르노 그룹 수뇌부가 연일 한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내고는 있지만, 노조와 갈등을 매듭짓지 못한다면 이마저도 수포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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