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지분 한도'에 발목 잡혀 선점효과 모두 잃은 케이뱅크, 돌파구는?
[더팩트|이지선 기자] 국내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의 희비가 엇갈렸다. '1호 인뱅' 타이틀을 잡은 케이뱅크는 호칭이 무색하게 자본 확충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성장이 둔화되는 반면 '후발주자'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사업과 공격적인 영업으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 14일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인 카카오뱅크가 지난 1분기에 6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7월 영업 시작 이후 적자가 이어졌지만 올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수신 규모는 16조 원을 넘어섰고, 여신은 10조 원을 넘겼다. 기존에 없던 신상품 출시도 거침없다. 카카오뱅크의 단기 적금 상품인 26주 적금은 출시 3개월만에 30만 좌, 6개월 만에 50만 좌를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러명이 한 계좌에 돈을 모을 수 있고 계좌 조회도 할 수 있는 모임통장도 출시 5개월여 만에 243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지난 10일부터는 신용대출 금리도 2%대로 낮추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이용자수는 930만 명으로 웬만한 지방은행 보다 고객 수가 많다.
카카오뱅크가 이렇게 순조롭게 경영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탄탄한 자본 기반아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금융주력자인 한국금융지주가 대주주로 있으면서 자본 여력을 제공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반면 1호 사업자 케이뱅크는 가장 중요한 '자본확충'부터 막혀있어 시장 선점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지난 15일 케이뱅크는 기존 주주에 대한 전환주 발행으로 41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전제로 계획했던 59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는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다.
KT가 없으면 기존 대주주만으로는 이러한 대규모 증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분 한도가 없는 주요 금융주력자로는 우리은행이 유력한데, 우리은행이 지분을 늘리게 되면 케이뱅크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현재 우리은행은 13.49%의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15% 이상이면 지주사 자회사 편입이 되어야 한다. 우리금융지주는 당장 지주사 전환 이후 비은행 강화에 힘써야 하는 상황인 만큼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없다.
증자가 어려우니 대출도 중단과 재개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의 기본적 영업인 여신 상품 유지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익 개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동안 신규 주주 영입으로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번에 단행한 412억 원 규모의 증자는 가교(브릿지)형태로 현재 신규 주주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여러 투자자와 실제로 논의 중이고 확정되면 증자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먼저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금융사지분율이 큰 카카오뱅크와는 사실 출발선이 달랐던 것 같다"며 "보유 지분 한도가 예상보다 케이뱅크에게 큰 장애물이 되면서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양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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