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지났지만 '새 주인' 향방 매각 발표 초기와 같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이 내려진 지 한 달이 지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3월 부실회계 사태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그룹 차원에서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매각 발표 초기부터 주목받은 새 주인에 대한 윤곽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유력 후보만 계속 거론될 뿐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근 후보인 한화·SK·롯데·CJ 등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왜일까.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발표 한 달째다. 아직 절차 초반부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최대 기업 인수합병(M&A) 물건으로 꼽히는 만큼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다.
물론 시장의 뜨거운 관심 만큼이나 기업들이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한 달째 거론되는 기업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 선정됐다. CS증권 주도로 매각 실사도 진행되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수 유력 후보들의 태도가 '부정'에서 '강한 부정'으로 변한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미국에서 취재진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100% 없다"고 답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간 항공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왔다는 점, 공들였던 롯데카드 매각전에 불참한 점 등이 근거가 돼 꾸준히 유력 인수 기업으로 거론된 한화도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항공기 엔진 부품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현우 대표는 "인수를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한화케미칼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수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으며, 향후에도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자금력이 풍부한 SK도 마찬가지로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수장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복심인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은 기술 기업"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CJ 역시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다.
유력 후보들이 손사래를 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흥행에 실패하는 형국이다. 재계는 인수에 필요한 비용이 커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비용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눈치 보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수 의향이 있더라도 인수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우려해 기업들이 서로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드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할 기업은 없다"며 "기다리면서 '메리트'를 찾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정부 허가 산업인 항공 사업에 뛰어들면서 발생할 '특혜 논란'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섣불리 인수 의사를 밝혔다가 이미 내정된 인수 주체가 아니냐는 오해로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과열 양상을 띨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국적 항공사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일 수 있다. 아직은 예열 중이지만 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며 자신들이 유리할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가 대형 이슈라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순 업지만, 향후 치열해질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관측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는 오는 7월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실사 등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본적인 매각 구조를 짠 후 입찰 공고를 한다"며 "이르면 7월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새 주인' 찾기 역시 7월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매자의 윤곽 또한 이때쯤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약 지금처럼 기업들이 계속 발을 빼고 있을 경우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도 해당 기업의 이름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매각 직전까지 인수자가 알려지지 않은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역시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며 "결국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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