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잊고 다시' SK텔레콤T1, 롤챔스 스프링 우승…통산 7번째
[더팩트ㅣ잠실실내체육관=이성락 기자] SK텔레콤T1(SKT T1)이 강력한 '신예'로 꼽히며 질주하던 그리핀을 꺾고 '왕조 재건'에 성공했다. 세계 e스포츠 스타이자 SKT T1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지난해 부진으로 떠나보낸 옛 동료를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SKT T1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스무살우리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그리핀을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정규 시즌 12연승을 내달리며 가장 강력한 팀으로 평가받은 그리핀을 완벽하게 제압한 것이다.
1세트 먼저 준비된 카드를 꺼낸 팀은 그리핀이었다. 그리핀은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2차례 성공했던 '탈리야·판테온' 바텀 조합을 꺼내 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SKT T1을 흔들었다.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경기 초반 3인 바텀 다이브를 설계해 '칸' 헤카림의 텔레포트를 소비시키거나 판테온 '대강하'를 활용해 탑을 공략, 협곡의 전령을 획득해 상대 2차 탑 타워를 밀어내는 등 점수를 지속적으로 따냈다.
경기 초중반 화염의 용을 놓고 벌어진 싸움에서도 주도권은 그리핀이 가져갔다. 1번째 바론 또한 그리핀의 것이었다.
반면 SKT T1은 헤카림, 렉사이, 라이즈, 이즈리얼, 브라움 등 단단한 조합을 선택했다. 위기의 순간은 많았지만, 조합을 믿고 뚝심 있게 경기를 펼쳤다. 기회는 왔다. 전환점은 역시 바론 싸움이었다. 2번째 바론 앞에서 눈치를 보던 중 '마타' 브라움이 탈리야의 바위술사의 벽을 막아낸 뒤 SKT T1은 기습적으로 공격했고 올라프, 아칼리를 제외한 모든 그리핀의 챔피언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바론 버프를 활용해 그리핀의 미드를 밀어내 힘을 키운 SKT T1은 장로 용 버프를 놓고 벌인 5대 5 한타(한방 싸움)에서 그리핀의 4명을 잡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넥서스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테디' 이즈리얼이 정조준 일격으로 아칼리의 귀환을 끊은 것도 빛나는 장면이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SKT T1은 2세트에 더욱 강해졌다. 더구나 SKT T1은 그리핀이 인베이드(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적군 정글로 몰래 들어가는 행동)를 온 상황에서 2킬을 따내며 이른바 '초대박'을 내기도 했다.
특히 11분 협곡의 전령을 놓고 벌인 싸움이 주효했다. 전령은 빼앗겼지만, 상대 다수를 잡아내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핵심 챔피언이었던 SKT T1 '페이커'의 아자르가 3킬, 3어시스트, 0데스를 달성할 동안 그리핀 '쵸비'의 리산드라는 1킬, 0어시스트, 4데스를 기록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핀은 줄곧 멘탈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SKT T1은 그리핀의 어설픈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치며 차이를 벌렸다. 25분 SKT T1과 그리핀의 글로벌 차이는 7000이었다. 시종일관 좋은 경기력을 펼친 SKT T1은 변수 없이 30분이 되기도 전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3세트에서도 SKT T1은 단단했다. 다시 한번 '탈리야·판테온' 조합을 꺼낸 그리핀에 맞서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2분 '클리드' 자르반이 날카로운 바텀 갱킹(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상대를 공격)으로 '테디' 이즈리얼에 1킬을 선물한 것이 경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테디'와 '마타'는 바텀 다이브를 노리는 등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그리핀의 공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테디'가 무난하게 성장하면서 킬과 데스를 주고받는 난타전 형국은 SKT T1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킬을 쓸어 담으며 '괴물'이 된 '테디'를 앞세운 SKT T1은 22분 화염의 용을 놓고 벌어진 한타에서 승리하며 사실상 경기를 가져왔다. 바론 버프를 획득한 뒤 몸집을 키운 SKT T1은 '테디'만 노리고 들어온 그리핀을 완벽하게 받아치며 다시금 한타 대승을 이끌었고, 그대로 밀고 들어가 그리핀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이로써 SKT T1은 '왕조 재건'을 알리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2013년 서머에서 KT를 꺾고 처음으로 우승한 SKT T1은 이후 2017년 스프링까지 '무실 세트 우승', '3시즌 연속 우승' 등 대기록을 써내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7년 서머 결승에서 롱주게이밍에 덜미를 잡힌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 롤챔스에서는 결승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부진이 지속되자 SKT T1은 올해 최고의 선수들로 진용을 새롭게 짰다. '페이커'를 구심점으로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 '테디' 박진성, '마타' 조세형 등을 영입하는 등 드림팀을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수들이 그리핀을 꺾고 7번째 우승컵을 획득하면서 SKT T1은 다시 '최강팀'으로 불리게 됐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페이커'는 지난해 부진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는 "최근 결승에 오지 못해서 함성을 오랜만에 들었다. 너무 좋다"며 "새로운 팀원과 합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합이 빠르게 맞아 결승까지 왔고,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커'는 "옛 SKT T1 동료들이 이날 경기를 보러 현장에 와줬다. 고맙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우승한 SKT T1은 한국 대표로 다음 달 베트남과 대만에서 개최되는 국제 대회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SKT T1 선수들은 MSI에도 "우승을 차지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칸'은 "눈물은 더 큰 무대를 위해 아껴놓으려 한다"며 "MSI, 나아가 롤드컵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커'는 "MSI와 롤드컵을 우승하면 특별한 세레모니를 할 것"이라며 "어느 팀이든 전부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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