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법적 처벌 받고 징계 없다는 것 말이 되나" 분노…하나투어, 오히려 본부장 재발령
[더팩트 | 신지훈 기자] # 자신의 회사 직원의 이름을 불렀다는 이유로 협력사 대표에게 "이XX"라고 욕을 하며 폭행했다.
# "우리 집 화장실이 당신네 거실보다 커", "이 시계가 얼마짜린 줄 알아? 당신은 평생 못 차" 등 협력사 관계자들에게 모욕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일쑤였다. 자신의 직원들에게도 그러는데 협력사에는 오죽했겠냐. 욕 하기는 부지기수, 심지어 소위 ‘쪼인트 까기’ 등의 폭행도 이어졌다."
국내 대표 종합여행사 하나투어가 핵심 간부인 A부사장의 ‘갑질 폭행’ 사례들을 인지하고도 이를 개인적 일로 치부하며 두둔하는 입장을 보여 여행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10일 <더팩트>가 취재한 결과 하나투어 A부사장은 수년간 협력사에 폭언‧폭행 등 갑질을 일삼아왔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랜드사 대표를 폭행한 혐의로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하나투어측은 이에 대해 "회사와 무관한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말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는 폭행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A부사장의 직급을 유지한 가운데 오히려 더 책임있는 부서에 '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가 A부사장의 갑질 폭행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본격적인 취재에 나서자 협력사 관계자들은 A부사장 갑질 행위를 연달아 폭로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A부사장의 ‘갑질’이 수년간 이어져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며 "하나투어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주최한 워크숍에서 발생한 폭행을 어찌 개인적인 일로 덮으려 하느냐"며 하나투어 측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실제로 <더팩트>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하나투어 중국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았던 A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과거 하나투어 협력사였던 한 랜드사(하나투어의 현지 행사를 도맡아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 B대표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범죄사실을 보면 2013년 12월 5일 하나투어는 제주도에서 협력사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중국사업 본부장을 맡았던 A부사장은 하나투어 협력사(당시 하나투어 홍콩 행사를 진행하는 랜드사)를 운영하던 B대표가 하나투어 홍콩지사장인 C지사장의 이름을 불렀다는 이유로 "이 XX 어디서 우리 직원 이름을 불러"라고 호통치며 발로 피해자의 정강이를 걷어차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자리에 있었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8일 "A부사장은 평소에도 협력사 대표를 말단 직원 대하듯 했다"며 "‘우리 집 화장실이 당신네 거실보다 클걸?’, ‘이 시계가 얼마짜린 줄 알아? 평생 못차 볼 시계야’ 등의 모욕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2013년 폭행 사건 당시 협력사 대표 입장에서는 갑의 위치에 있는 하나투어 부사장이었기 때문에 맞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A부사장은 폭행 건으로 고소를 당했던 상황에서도 폭행을 인정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거래를 늘려보려는 랜드사의 속셈’이라고 부인했다. 오히려 법적 처벌을 받고도 버젓이 일하고 있다. 폭행 피해자가 협력사의 대표다. 이게 어찌 개인적인 일인가.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는 때려도 된다는 말인가? 사과도 하지 않고 적반하장하는 모습이 뻔뻔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투어는 여행업계에 A부사장의 폭행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관련 조사가 끝나고 결과를 지켜본 후 그에 따른 공식입장을 밝히거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A부사장의 폭행 혐의가 지난해 12월 사실로 밝혀진 현재도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A부사장도 "개인적인 일로 괜한 문제 만들지 말라"며 큰소리쳤다. A부사장은 10일 ‘갑질 폭행’과 관련해 입장을 묻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술 마시고 발생할 수 있는 아주 개인적인 단순한 해프닝을 왜 문제 삼으려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사실 당시 기억도 없다. 회사와 연관이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B대표가 괜한 의도를 갖고 기억에도 없는 옛일을 꺼내서 문제 삼고 있다. 정말 잘못된 일이었다면 왜 당시에는 신고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냐"고 반문했다.
2013년 폭행 피해 후 지난해 5월 A부사장을 고소한 B대표는 "그동안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했으나 이후 하나투어의 부당한 압력이 너무 많고 몇몇 사건들이 겹쳐 지난해 고소하게 됐다. 다른 사건들과 함께 부사장을 고소했고 폭행 건에 대해 법원 판결이 먼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A부사장의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말 할 것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징계도 없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A부사장은 지난 1일 본부장직을 유지하며 신설 부서로 발령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을 맡던 A부사장은 신설된 글로벌신사업&통합BM본부의 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이 부서는 하나투어의 글로벌사업부와 통합BM기획부를 총괄하는 부서로 알려졌다. 하나투어 한 관계자는 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A부사장의 직위와 직급은 변경된 것은 없다"며 "그러나 기존 중국글로벌사업본부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는 자리는 맞다"고 설명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A부사장이 협력사 대표를 상대로 한 폭행 혐의가 법적으로 인정된 상황에서 징계는커녕 새로운 본부를 만들어 본부장으로 발령 내는 것이 말이 되는 처사인가"라며 "이것이 '상생경영'하겠다는 우리나라 1등 여행사의 본모습"이라며 질타했다.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들도 하나투어 처신에 분노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1993년 출범한 하나투어는 국내 및 해외에서 약 4500명(자회사 포함)이 넘는 직원이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 여행기업으로, 20년 연속 해외여행 및 항공권 판매 1위를 달성하고 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인터넷 홈페이지 CEO 메시지를 통해 " 우리는 기본에 철저하고 원칙을 지키며 사회, 고객, 주주, 구성원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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