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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가입금 679억' 이안상조·씨지투어, '나 몰라라' 폐업 후폭풍

  • 경제 | 2019-03-18 06:01
상조회사 이안상조가 갑자기 폐업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이안상조 및 자회사 씨지투어가 입주해있는 당산동 성원빌딩 모습. 사무실 관계자도 출근하지 않는지 우편함에는 우편물이 쌓여있었다. /당산=신지훈 기자
상조회사 이안상조가 갑자기 폐업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이안상조 및 자회사 씨지투어가 입주해있는 당산동 성원빌딩 모습. 사무실 관계자도 출근하지 않는지 우편함에는 우편물이 쌓여있었다. /당산=신지훈 기자

정부 대책도 무의미…피해자 속출 상조폐업, 막을 길 없나

[더팩트 | 당산=신지훈 기자] 상조업계 구조조정의 후폭풍이 시작되는 것일까. 최근 중견 상조회사 ㈜천궁실버라이프 이안상조(이하 이안상조)가 폐업했다. 정부는 지난 1월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부실 상조업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법이 강화되며 부실했던 회사들이 줄폐업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업계 상위권에 속했던 이안상조가 폐업하자 상조업계도, 가입자도 모두 충격에 빠졌다.

<더팩트>는 13일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이안상조 사무실을 현장 취재했다.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인기척조차 없었다. 커다란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이안상조는 이 안내문을 통해 ‘3월5일자 소비자피해보상체결기관인 한국상조공제조합으로부터 계약해지가 되면서 상조업을 할 수가 없다’라며 ‘당사에서 정상적인 해약환급금을 지급해드리지 못하고, 선불식할부거래법규정에 따라 소비자피해보상체결기관인 한국상조공제조합으로부터 등기우편 및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상안내문과 신청서를 받으시면 안내에 따라 피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사무실 인근에서 이안상조 가입자 몇 명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떤 안내도 없다가 갑자기 폐업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회사가 폐업한 지 모르는 가입자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이안상조가 고객들의 해지환급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글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사무실을 찾았다는 50대 이 모 씨는 "혹시 모를 부모님의 죽음에 대비해 약 6년간 다달이 두 구좌 총 7만 원씩 입금해왔다"라며 "돈은 둘째치고라도 당장 오늘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고 하면 어찌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지난해 10월 해지환급금을 요청하고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50대 김 모(여) 씨는 "지난 5개월 동안 해지환급금 요청을 위해 전화를 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더니, 어느 날 전화를 받지 않아 사무실을 와봤더니 이렇게 문이 닫혀 있다"며 "돈을 못 받을까봐 걱정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팩트>는 14일 다시 한번 이안상조 사무실을 찾았다. 이날도 많은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시간의 기다림 끝에 굳게 닫힌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이안상조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어찌 된 일이냐는 질문에 "고객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 고의 폐업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운영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상조업에 대한 불신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서 가입자 해약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당사도 자금 유동성 위기가 생기고 경영악화로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상조공제조합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아 더 이상 상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안상조는 물론 씨지투어도 폐업 절차를 밝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13일 이안상조가 들어서 있던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회사 명판도 떼고 없다.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 만이 덩그러니 붙어 있는 상태다. /당산=신지훈 기자
13일 이안상조가 들어서 있던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회사 명판도 떼고 없다.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 만이 덩그러니 붙어 있는 상태다. /당산=신지훈 기자

◆ 가입자도 모르는 중견 상조업체 폐업에 가입자들 '멘붕'

이안상조는 소규모 상조회사가 아니다. 최정익 대표가 1990년 천궁특수자동차를 설립해 이를 기반으로 상조업체를 세우고, 여행사, 실버타운, 웨딩업체 등의 자회사까지 운영해왔다. 이안상조는 2003년부터 영업을 해오며 선불식 할부거래 상품 누적 가입자만 약 5만5000명에 이르는 중견 상조업체다. 각종 이벤트와 장례 상품을 묶어 판매해온 자회사 가입자까지 더하면 약 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팩트>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이안상조의 가입자 선수금 보전 현황을 확인해본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선수금은 679억 원에 달했다. 선수금 100억 원만 넘어도 상위 30% 수준일 정도로 영세업체가 많은 상조업계에서 이안상조는 전국 140개 업체(2018년 12월 말 기준) 중 상위권에 속해있다.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자회사 씨지투어 선수금까지 합치면 그 이상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얘기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씨지투어는 매달 10만 원 이상을 납입하는 고가의 크루즈 병행 장례상품 등을 판매하며 수많은 가입자를 두고 있던 것으로 안다"며 "여행사 가입자들의 선수금까지 합치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안상조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밝힌 곳은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이다. 한상공은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제규정 제13조 제2항의 이유에 따라 이안상조와 공제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지했다. 공제규정 제13조 제2항은 '공제조합은 공제계약자에게 제12조 제1항(공제계약 중지)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1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유예기간 경과 때까지 공제계약자가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에 공제거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5일 현재 이안상조 및 씨지투어 홈페이지 모두 현 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공지도 없다. 오히려 아무 문제없이 운영 중인 것처럼 보인다. /이안상조‧씨지투어 홈페이지
15일 현재 이안상조 및 씨지투어 홈페이지 모두 현 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공지도 없다. 오히려 아무 문제없이 운영 중인 것처럼 보인다. /이안상조‧씨지투어 홈페이지

앞서 한상공은 지난 1월 29일 공제규정 제12조 제1항 등에 따라 이안상조 측에 공제계약이 중지됨을 통보한 바 있다. 문제는 이안상조가 자금난을 겪으며 폐로의 기로에 선 상황까지도 정상적인 영업을 진행해온데 있다. 지금도 수많은 가입자들은 이안상조의 폐업 상황을 모르고 있다. 14일 홈페이지에는 현 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안내문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개정한 할부거래법에 따라 회사의 자본금을 3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증액했음을 안내하고, 회사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리고 있다. 14일 만난 이안상조 관계자는 홈페이지와 관련한 질문에 "모든 직원이 퇴사해 홈페이지를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공지를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의 이안상조 선수금 보전 현황에서도 법정 선수금 보전비율 50%에 해당하는 약 340억 원을 한상공에 보전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일반 가입자가 이안상조 현 상황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태다.

한상공 관계자는 지난 13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공제규정 제12조 제1항은 공제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하는 사유 등에 관한 것으로, 이안상조의 경우 가입자의 해약환급금 미지급 액수가 2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돼 할부거래법 위반 대상이었다"며 "또 임직원 급여, 장례행사비용 미지급 금액 등을 합쳐 총 40억 원 이상의 금액이 미납돼 이안상조가 이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공제계약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한상공으로부터 공제계약이 중지되고, 해지되는 동안 이안상조는 가입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이안상조가 한상공에 보전했다고 한 약 340억 원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상공 관계자는 "이안상조로부터 받은 보전금은 약 17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씨지투어도 갑작스런 폐업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씨지투어 문 역시 굳게 닫혀있었다. /당산=신지훈 기자
자회사 씨지투어도 갑작스런 폐업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씨지투어 문 역시 굳게 닫혀있었다. /당산=신지훈 기자

◆ 가입금액만 679억 원, 소비자들 되돌려 받을 수 있나?

지난 13일과 14일 연 이틀에 걸쳐 만난 가입자들은 납입금액을 되돌려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 현행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인 상조업체가 폐업하면 소비자는 납입한 금액의 50%를 상조회사가 예치한 기관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고스란히 잃게 된다는 말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보전금액이 선수금액 대비 20%에 불과했지만, 매년 10%씩 상향하며 2014년부터 50%를 보전하고 있다. 이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절반 이상은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목소리가 커지며 보상비율이 꾸준히 높아져왔지만, 50% 이상 확대하는 것은 상조회사의 경영에도 지장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50% 조차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이 내놓은 ‘상조업체 소비자피해 보상 현황’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폐업한 상조업체는 57개였고,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 총액은 3743억 원이었다. 법적으로 보장된 50%에 해당하는 금액인 1872억 원이 고객들에게 지불돼야 했지만 실제 보상금은 14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 받은 고객도 40%에 그쳤다.

이안상조가 보전금액을 예치한 기관인 한상공 측은 지난 1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걱정부터 했다. 이 관계자는 "이안상조가 선수금의 50%도 채 되지 않은 금액을 보전금으로 예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피해자들이 50%도 채 되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상공은 이안상조의 상조업 등록 취소가 이뤄지는대로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이안상조가 예치한 보전금 외에도 조합의 재원들로 충분히 50% 전액 보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또한 하루 빨리 이안상조의 상조업 등록 취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공제조합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법률상 상조업 등록취소 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며 "현재 이안상조의 등록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루 빨리 등록 취소가 되고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안상조의 자회사 씨지투어 피해자 구제는 서울특별시관광협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13일 "씨지투어 피해자들의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씨지투어는 총 한도 4000만 원 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로 아직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자 구제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영등포구청에서 폐업신고가 이뤄지면 홈페이지에 공고를 통해 피해자 접수를 하고 보상 할 수 있도록 할 것"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확인해본 이안상조의 선수금 보전 현황.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선수금의 50%를 보전해놨다고 명시되어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확인해본 이안상조의 선수금 보전 현황.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선수금의 50%를 보전해놨다고 명시되어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소비자가 보전기관에 수시로 연락해 자신의 선수금이 법정 보전비율 만큼 보전되고 있는지 확인해야한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선불식할부거래사업자 정보공개

◆ 정부, 대책 마련 했다지만 실효성은 '글쎄'

정부도 건전성 악화로 상조업체 폐업이 계속되고 피해사례가 늘어나자 대책마련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3억 원이던 상조업체의 자기자본을 15억 원까지 올렸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조업체는 모두 등록 말소했다. 또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 상조공제조합에서 운영 중인 상조보상서비스를 이달 중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로 통합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자본금을 늘린다고 해서 상조업체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K업체 한 관계자는 "오히려 개정안에 맞춰 무리하게 자본금을 늘려놓은 상조업체가 향후 부도나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안상조도 자본금을 15억 원으로 증액했다고 신고했지만 이는 서류상 증자였을 뿐 실제로는 자금 마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허위 신고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추측했다.

D업체 관계자는 "만약 피해자가 가입했던 업체가 보전금을 고의로 누락해 은행에 예치하지 않은 경우 피해자는 보전금 50%를 돌려받지 못한다. 이런 경우, 돌려받은 보전금 50%를 보증금으로 내야 가입이 되는 공정위의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고 설명하며 "상조업체의 ‘선수금 50% 의무예치’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 및 공제조합의 관리 감독 또한 강화해야 한다. 12일 공정위가 발표한 지자체별 등록말소 예정 부실 상조업체 명단에 ‘이안상조’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도 상조업체가 애초부터 50%의 납입금을 부당하게 손을 댈 수 없도록 은행이 먼저 선수금의 50%를 떼어내 예치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지금은 상조업체가 직접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보전금을 넣는 구조라 마음만 먹으면 이를 누락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수금이 상조업체 계좌로 들어오면 금액의 50%가 자동으로 은행 또는 공제조합에 예치될 수 있도록 자동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 제도에서 피해를 예방할 방법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 가입자는 회사의 예치기관 가입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예치 금액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공정위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 업체의 재무구조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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