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이성락·서민지·이진하·이한림·지예은·정소양·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채용비리'에 발목잡힌 함영주 하나은행장, 결국 '낙마'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경제계에서는 상승한 기온만큼 시끌벅적한 소식이 주를 이뤘는데요. 금융권에서는 '채용비리'에 발목 잡힌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연임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IT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화웨이가 '폴더블폰'을 공개했는데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과는 다른 반응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유통업계에서는 패션 외길을 걷던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이 화장품이라는 신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중통령'이라고 불리는 26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출이 있었는데요. 그러나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묻는 기자들과 김기문 신임 회장의 측근들이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관련 소식 먼저 들어보시죠.
◆ 금품선거 등 곤란한 질문에 대한 답변 하지 않은채 자리 떠나려다 '난리법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에 김기문 신임 회장이 당선되었는데요. 당선 날 '몸싸움' 등 대치가 일어나는 돌발상황도 있었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네, 지난 2월 2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결선투표에서 이재한 후보를 59표차로 제치고 26대 중기중앙회 수장으로 김기문 신임 회장이 당선됐습니다. 이날 김기문 신임 회장은 정기총회를 마치고 기자실에서 간단한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문제는 김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질문을 회피했다라는 건 곤란한 질문을 받았다는 소리군요.
-그렇습니다. 김기문 신임 회장은 이번 26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 의혹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현재 수사당국은 김 회장 측근이 중기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향응 등을 제공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 중입니다. 그동안 토론회 등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원천 차단했지만,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질문권을 얻은 취재진들은 이와 관련해서 김기문 신임 회장에게 답변을 듣기 위해 질문했습니다.
-질문을 받은 김기문 신임 회장의 답변이 궁금하네요.
-김기문 신임 회장은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얼굴이 굳어졌고 "나중에 말하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는데요. 공개된 자리인 만큼 취재진들은 계속해서 답변을 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없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실히 답변했지만 금품선거 등 곤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습니다.
-금품선거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요? 간담회 취재 과정에서 몸싸움과 욕설이 오갔다는 소리도 있던데요.
-네, 취재진들의 아픈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기 위해 김기문 회장은 기자간담회장을 황급히 떠났습니다. 취재진들 역시 대답을 듣기 위해 떠나는 김 회장을 따라 나섰고,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취재기자들과 김 회장, 중기중앙회 홍보실, 직원들 사이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며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약 5분 가량 대치 속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김 회장은 끝내 "모르는 일"이라며, "경찰이 수사 중이다. 내가 더이상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입장을 밝히며 대치는 마무리 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낙선으로 무대에서 사라진 게 아니고, 당선된 마당에 불편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회피하는 행위는 '중통령'이라 불리는 중기중앙회 회장의 무게감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김기문 회장이 명백히 입장을 밝혔더라면 몸싸움까지 일어나지는 않았을텐데 아쉽네요. 취재진과의 몸싸움으로 시작한 김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가 많아 보입니다. 이후 경찰 수사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계속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 '채용비리'에 발목잡힌 함영주 하나은행장, 결국 '낙마'
-이번에는 금융업계 소식을 들어보시죠. 지난주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두 번째 매치인 이번 줄다리기에서는 결국 하나금융이 두 손을 들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26일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하나은행장 후보군을 추리고 있는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한 사외이사들을 불러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연임을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금융당국이 민간기업 사외이사들을 불러 의견을 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네요.
-그렇습니다. 거기에 더해 바로 다음날인 27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서 강연을 마치고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연임과 관련해 "법률 리스크를 잘 살펴달라고 의견을 전달했다"며 공식적으로 함 행장의 연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함 행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셈이 돼버렸죠.
금감원은 이에 대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하나은행 선임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다"면서도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 제기는 감독당국의 소임"이라고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민간기업인 은행이 최고경영자를 결정하는 과정에 기관이 개입하는 형국이 된 것 같네요. 업계 안팎에서도 말이 많았다고요?
-그렇습니다. 특히 하나금융은 지난해 1월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던 적 있습니다.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인선을 앞둔 상황이었죠. 금감원은 사외이사진과 면담을 실시하고 지배구조 검사를 이유로 선임 절차 보류를 권고했습니다. 이사회가 후보 선임 절차를 강행하자 금감원은 공문을 보내 일정 연기를 요청하기까지 했죠. 금융권에서는 당시 "금감원이 김 회장의 3연임을 무산시키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나섰고, 금감원이 한발 물러서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죠.
-금감원은 '해야할 일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경영진에 우려를 전한 것은 압박이 될 수 있겠죠. 업계에서는 김정태 회장 선임 당시에는 금감원이 물러섰지만 이번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결국 함 행장의 '연임 포기'로 하나금융이 두 손을 들었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에 함 행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어서 '법률적 리스크'라는 확실한 '반대 명분'이 있습니다. 1심 판결이 올해 말 쯤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실형이 선고된다면 CEO공백이 불가피합니다. 또 올해 초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우려에 힘을 보탭니다.
-결국 함 행장도 '채용비리'에 발목을 잡히게 됐네요. 사그라들었던 금융권 채용비리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들 것 같은데요, 금융권 고위인사가 관련된 채용비리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곳이 또 있죠?
-그렇습니다. 바로 신한금융지주인데요. 신한금융은 가장 마지막에 채용비리 관련 조사를 받기 시작해 결론이 나기까지도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신한금융 채용비리 사건에 CEO가 연루돼있다는 지점입니다. 현재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을 받은 당시의 신한은행장으로 재임했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조 회장이 올해 마지막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데요, 앞서 함 행장이 '법률적 리스크' 만으로도 낙마했기 때문에 연임을 노릴 조 회장에게도 '법률 리스크'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됩니다.
-그렇군요. 금융권은 한 번 휩쓴 '채용비리'가 미칠 여파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우그러진' 화웨이 폴더블폰에 "너무 급했다"·"미완성작" 지적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19'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죠. 이번에는 화웨이가 MWC를 앞두고 폴더블폰을 공개했다는데요.
-네, 화웨이는 'MWC 2019' 개막 전날인 24일(현지 시간) 5G 폴더블폰 '메이트X'를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21일(한국 시간)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한 데 이어 화웨이가 '메이트X'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폴더블폰 경쟁이 시작된 거죠.
-상상만 하던 일들이 정말 가능하게 됐네요. 그런데 화웨이 폴더블폰은 다소 미완성된 느낌이 강했던 것 같은데요.
-리차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행사에서 '메이트X'를 설명하고 직접 시연에 나섰는데요. 그런데 시연 도중에 힌지(접는 부분)가 우글쭈글한 모습이 바로 확인됐습니다. 마치 장판이나 벽지가 들뜬 것 같은 느낌을 줬는데요. 화웨이가 처음으로 폴더블폰을 공개하는 자리인 데다 한 번 폈을 뿐인데도 매끄럽지 않다는 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하는 거겠죠.
-몇 번을 접었다 편 것도 아니고, 첫 공개에서 미흡한 점이 드러났으니 시연자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 당혹스러웠겠네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은데, 서둘러 폴더블폰을 내놓은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가 이어지면서 '폼팩터(제품 형태) 혁신'이 돌파구로 꼽히고 있는데요.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사실 웬만한 스마트폰들은 비슷비슷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폼팩터 변화가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어서 서두를 수밖에 없던 것 같아요.
특히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너무 의식하고 있기도 한데요. 실제 화웨이는 폴더블폰을 공개할 때 "메이트X는 펼쳤을 때 화면이 갤럭시폴드보다 훨씬 크고 두께는 얇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얇은 5G 폴더블폰이다"라며 삼성전자를 저격(?)하기도 했죠.
-의욕이 너무 과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래도 중국 제품 하면 '가성비'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래도 가격은 좀 저렴하게 나왔나요?
-'메이트X'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다소 밀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는 약 220만 원인데, 화웨이의 메이트X는 293만 원 정도로 책정됐습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보다 70만 원가량 비싼 거죠. 가격이라도 착하다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법한데, 300만 원 가까이 주면서 미완성된 폴더블폰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 패션 브랜드 한섬,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까
-마지막으로 유통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브랜드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사실인가요?
-<더팩트>가 한섬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아직 브랜드를 론칭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화장품 시장에 진출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현재도 한섬의 의류 브랜드 '더 캐시미어'는 오프라인 매장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꾸미며, 패션의류 외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수입 화장품을 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지난해 패션그룹 LF도 사업목적에 '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입업 및 이와 관련한 서비스 상품의 매매'를 추가한 후 같은 해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네. 한섬도 지난 2월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오는 3월 28일에 정기주주총회를 연다고 공지했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목적에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다룬다고 해 이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죠. 성장세가 주춤한 패션시장에서 화장품 산업은 매력적인 신사업으로 비치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면서 실적 개선이 됐다고 합니다. 신세계인터네셔날은 지난해 코스메틱 사업 호조로 전년 대비 매출(1조2626억 원)이 14.5%, 영업이익(555억 원)이 118.3%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렇군요.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패션업계에서 화장품 사업을 눈독 들일만해 보이네요.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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