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완성차 업계 해법 찾기 '난항'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업체별로 눈앞에 놓인 고민거리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매년 반복되는 '노조 리스크'와 미국발 수입차 관세 우려 등 안팎의 난제 속에 자동차 생산량마저 수년째 뒷걸음질 치는 등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줄어든 402만9000대를 기록, 지난 2015년 455만6000대를 기록한 이후 2016년 422만9000대, 2017년 411만5000대 등 3년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순위에서 지난 2016년 인도에 5위를 내준지 2년 만에 멕시코에도 자리를 내주며 7위로 내려앉았다.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연간 자동차 수출량은 지난 2012년 317만1000대를 기록한 이후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245만 대로 무려 6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
업계에서는 한목소리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든 원인이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도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등에 따른 생산경쟁력 악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더 큰 문제는 매년 '고질병'으로 꼽히는 노조와 불협화음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업체별 상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7월 8년 만에 여름 휴가 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잠정안 타결에 성공하며 가까스로 총파업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올해 들어 '광주형 일자리'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또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최대 25%에 달하는 미국발 수입차 관세 폭탄 우려 역시 고민거리다. 이날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유럽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달 내 발표가 예정된 미국 정부의 자동차 232조 보고서에서 한국이 관세 대상국에 포함될 경우 북미시장 반등을 노리는 현대차의 경영 플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17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에 성공해왔던 르노삼성은 2018년 임단협에서 노사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무려 8개월여 동안 28차례에 달하는 부분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 등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면 파업에 나서겠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 측은 파업을 지속할 경우 신차물량 배정 자체를 철회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업계 안팎에서는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자칫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22만7577대로 전년 대비 18%가량 줄었다. 내수 판매는 9만369대로 같은 기간 10.1% 줄었고, 수출 역시 13만7208대로 22.2% 줄었다.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판매량마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회사 실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에 매년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파업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세우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 역시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완성차 산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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