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이성락·서민지·이진하·이한림·지예은·정소양·이지선 기자, 김서원 인턴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롯데백화점 인천·부평점 매각 난항…'누구 살 사람 없소?'
[더팩트ㅣ정리=이지선 기자] 명절이 끼어있던 이번 주는 유난히 짧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계에서는 여러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재계에서는 명절에 더 바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일정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송파구 미니 신도시급 대단지 '헬리오시티' 입주 현황을 살펴봤죠.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이 공정거래위원회 지시에 따라 영업점 매각을 준비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방카슈랑스' 실적이 관심을 끌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산업은행의 영업실적이 매우 저조했다고 하네요. 자세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 산업은행, 수익성 '쥐꼬리' 방카슈랑스 지속하는 이유는?
-은행권에서는 최근 '수익 다변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사업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는 만큼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골몰하는 추세인데요, 그런 은행이 할 수 있는 다른 사업 중에 하나가 보험업입니다. 이처럼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보험상품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방카슈랑스'라고 하죠.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권에서 방카슈랑스 규모가 점차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국책은행이면서 KDB생명이라는 보험사를 가진 산업은행의 방카슈랑스 규모는 매우 작은 수준이죠. 한마디로 꼴찌입니다. 이와 관련한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방카슈랑스는 지난 2003년 9월부터 시작해 시행한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은행은 방문 고객들이 많다는 채널의 '장점'을 살려 좋은 실적을 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보험업황 자체가 둔화되면서 방카슈랑스도 차차 침체되고 있습니다.
-보험업 전체의 둔화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은행권에서 비대면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내방 고객 자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은행에 직접 방문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개인 고객이 방카슈랑스 주요 이용 고객이었던 만큼 비대면화도 방카슈랑스의 '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방카슈랑스 실적이 저조한 것도 '개인 고객이 적다'는 이유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산업은행의 방카슈랑스 월납·일시납 기준 원수보험료는 263억 원에 그쳤습니다. 점유율은 전체 은행이 모은 원수보험료 약 2조 원 중에서 1%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원수보험료가 가장 높은 은행은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으로 1조3000억 원대의 보험료를 모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산업은행의 실적은 60분의 1 수준입니다. 이외에도 농협은행이 6500억 원대 등을 기록하고 있고 같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1700억 원 수준)과 비교해봐도 매우 적습니다.
-산업은행 측은 영업점에 직접 방문하는 고객 수가 적다 보니 방카슈랑스 실적도 저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 고객 대상이 기관이고, 구제금융을 주로 추진하는 국책은행인 만큼 소매금융은 시중은행이나 기업은행보다도 미미한 수준이죠. 산은 관계자는 실제로 개인 수신도 많은 편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굳이 개인 고객들이 산업은행을 방문해서 수신 계좌를 틀거나 하진 않는다"며 "방카슈랑스도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일부러 산은에 방문해 보험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산업은행이 방카슈랑스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그정도라면 차라리 방카슈랑스를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 이유로는 방카슈랑스가 국가 금융정책에서 비롯된 사업인 것도 한 몫 합니다. 방카슈랑스는 보험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 종합서비스 도입이라는 미명 하에 정부에서 주도해 추진한 사업입니다. 크게 손실이 나거나 해가 되지 않는 이상 본격적으로 영업을 강화하지는 않더라도 굳이 사업을 접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선입니다. 국책은행이 민간 영역으로 꼽히는 소매금융에 주력하면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오는 경향이 있죠.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도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사업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방카슈랑스의 전체적인 규모는 얼마나 감소하고 있나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은행에서 보험 계약을 맺고 처음 납부한 보험료(초회보험료)규모는 2조2644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40%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농업협동조합이나 증권사, 카드사 등 타 금융기관에서 판매한 보험 실적도 나란히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방카슈랑스가 중요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보헙업이나 은행업 모두에 비대면화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만큼 은행 채널의 강점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종합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명절에 더 바빠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는 중국행
-재계 소식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설 연휴 동안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자택에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하죠. 하지만 유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만 바쁜 일정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고 하네요.
-맞습니다. 이달 초 이재용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예정돼 있었는데요. 다만 정확한 시점이 알려지진 않았죠. 물론 일각에서는 설 연휴를 활용해 중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란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명절 때마다 바빠지는 이재용 부회장의 그간 행보를 고려한 관측이었죠.
-명절 때마다 바빠진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가요.
-이재용 부회장이 이전에도 명절 연휴 동안 출장길에 오르곤 했다는 얘긴데요. 설과 추석 가리지 않고 명절 연휴 기간 틈틈이 해외를 찾아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곤 했죠. 지난 2014년 설 명절에는 미국 이동통신사 경영진들과 만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고, 2016년 설 명절에도 미국을 찾아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면담했습니다. 같은 해 추석 연휴에는 인도 방문길에 올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났죠. 명절엔 국내 사업이 '휴식 모드'에 돌입하는 만큼 이를 활용해 출장길에 올라 해외 사업을 챙겨온 것입니다.
-그렇군요. 이번에는 출장지를 중국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지역 핵심 인사와 만났나요?
-이번에는 사업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4일 중국으로 출국해 시안 반도체 사업장 2기 라인 건설 현장 등을 점검하고 연휴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는데요. 시안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기지입니다. 이번 출장을 놓고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는 반도체 시장과 중국 현지 상황을 직접 현장에서 살핀 후 이재용 부회장이 대응 전략을 수립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네요.
-'해법 모색'을 위해 설 연휴를 반납하고 출장을 떠났단 얘기군요.
-그렇죠.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최대 화두로 떠오른 사안을 직접 챙기기 위한 출장이 대부분이었죠. 올해는 '반도체'인 셈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4일 경기도 용인 기흥사업장을 찾아가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경영진과 사업 전략을 논의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죠. 같은 달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올 때"라며 반도체 사업 지속 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났을 때는 반도체 사업 현황 등을 설명하며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분야를 육성시키겠다"고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보를 봤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상반기 '반도체'에 무게를 두는 경영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네요.
◆ 롯데백화점 인천·부평점 매각에 난항…매각 조건 달라질까
-명절에도 롯데백화점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특히 롯데백화점이 5월까지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 작업에 나섰는데, 가격을 낮춰도 매입하려는 곳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요.
-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7년 롯데의 상권 독과점 방지 차원에서 인천점과 부평점, 부천중동점 중 2곳을 매각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후 롯데백화점은 8번이나 매각 공고를 냈지만 매수 희망자가 없어 유찰됐습니다.
-여기에는 롯데백화점이 영업을 종료하기로 한 인천점도 포함돼있네요. 이번 달로 영업이 종료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달 말 롯데백화점 측은 인천점에 입점한 파트너사들과 간담회를 열어 2월 28일 영업을 종료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백화점 업계가 2월에 매장 교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입점 업체의 이전을 고려해 5월보다 2월에 문을 닫는 것이 낫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매각까지 3개월 조금 넘게 남았는데, 아직도 매수 희망자가 없다면 난감한 실정이네요.
-맞습니다. 공정위가 정한 시한 내 롯데백화점이 점포를 매각하지 못하면 해당 안건이 공정위 전원회의에 회부됩니다. 그렇게 되면 공정위는 내부 논의를 통해 롯데백화점에 부과할 이행강제금을 산정하게 됩니다. 또 공정위가 정한 이행기간의 종료일 다음 날부터 시정조치를 이행하는 날까지 관련 매출액의 일부를 이행강제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여러 '제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롯데 측은 매각 조건을 조정하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도 감정가의 6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등 매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공정위에서는 기한을 조정해주거나 조건을 달리할 가능성은 없나요?
-공정위에서도 백화점 업황이 부진한 것을 고려해 매각 조건이나 기한을 조정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기한 내에 매각을 해야 하지만, 내부 논의에 따라 매각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며 "매각 기한을 연장하거나 부지 용도를 백화점에 한정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롯데백화점 측도 "조건을 바꾸지 않는 이상 매각 작업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다음 매각에서는 공정위와 롯데백화점 측의 조건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집니다.
◆ '입주 진행 中' 송파 헬리오시티, 전월세 물량 많을까?
-이번에는 부동산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총 9510가구에 달하는 미니신도시급 대단지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지난달부터 진행되고 있는데요. 입주량이 늘어나면 전세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또 헬리오시티 때문에 서울과 강남권 전월세 가격 등이 하락했다는 통계 결과도 나오고 있는데요. 헬리오시티 전월세 물량과 주변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헬리오시티는 행복주택 임대아파트 물량인 1401세대를 제외한 8100여 세대에서 지난달부터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즉 8100가구가 한꺼번에 부동산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전세시장에 미칠 여파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죠. 다만 예상보다 헬리오시티의 전월세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판단이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지난해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2년 이상 실거주한 뒤 집을 팔 때 공제받을 수 있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더욱 무게를 둔 집주인이 늘었다"며 "이처럼 헬리오시티 집주인들이 물량을 부동산에 내놓지 않고 당장 실거주를 선택해버리면 헬리오시티 전세가격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체 아파트 중 전월세 물량은 2000채 정도에 그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입주 분위기는 어떤가요?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에 있는 헬리오시티를 찾았는데요. 단지 내 모습은 상당히 분주해 보였습니다. 이사업체 화물차만 어림잡아 100여 대는 오가고 있었고요. 입주안내소를 찾은 세입자와 집주인들, 막바지 조경 공사를 벌이는 인부,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중개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헬리오시티를 가득 메우고 있었죠. 입주 안내소에서 한 직원들 만나 입주 진행 상황에 대해 물었더니 "불편을 덜기 위해 입주를 한 달 전에 예약을 받아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20% 정도가 완료됐다"고 말했습니다.
-헬리오시티의 입주 기간은 정확히 4월 2일까지인데요. 만약 입주자가 이 기한을 넘긴다면 잔금에 대한 연체이자를 내야합니다. 헬리오시티의 연체 일수에 따른 연체요율은 8~11% 수준입니다. 또 입주 만료기간을 지나면 각 시공사의 입주 지원을 받지 못하며 입주하지 않았지만 관리비를 납부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죠.
1만 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이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기한 내 입주를 마쳐야하는 게 목적입니다. 명절이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입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사용승인 지연으로 초유의 '입주 대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입주가 시작되며 우려도 점차 풀려가는 모습입니다. 워낙 많은 물량이 입주하다보니 평균치를 나타내는 통계나 조사에서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전세가격 하락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네요. 한편으로는 향후 입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3월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atonce5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