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2020년 3월 임기 만료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음에도 연임에 성공했던 황창규 KT 회장이 임기 1년을 앞두고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아현지사 화재를 비롯해 정치자금 불법후원 의혹 등 연이은 악재에 휘말리면서 남은 임기가 위태로운 모습이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과 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황 회장의 사퇴론이 거세지고 있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로 1년여가 남았다.
황 회장은 지난 2017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불법자금을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연임에 성공하며 자리를 지켜왔다.
같은 해 문재인 정부 출범하면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는 듯했지만, 와이파이 개방, 채용 확대 등 정부 '코드 맞추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에 5년간 23조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통 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 정권과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황 회장의 임기 막바지는 다시금 위태로운 모습이다. 황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일정 수수료를 떼고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불법 정치자금 후원 등에 쓴 혐의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 대란의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통신 대란'의 배경으로 수익성을 위한 인력 축소 등 관리 및 대응 체계 부실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한 보상안 등에 대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모두 황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황 회장이 부실한 답변을 내놓자 여야는 조만간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황 회장님 답변을 들으니 책임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KT 화재는 통신시설 등급 축소 조작이 있어 불법행위로 인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이 아닌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 "황 회장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도 불거진 상태다. 최근 검찰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KT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을 비롯해 노조, 시민단체들의 황 회장 퇴진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내부 직원들도 황 회장을 둘러싼 잇단 악재로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신뢰를 잃게 된 것을 두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최근 황 회장의 행보를 보면 KT가 공공성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며 "도덕적 문제를 넘어 경영 능력 부족을 보여준 만큼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에 근무하는 한 직원도 "연임 전후에 다양한 이슈가 있었어도 회사 수장인 만큼 믿어왔는데, 최근 신뢰가 많이 깨진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전반적인 평판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황 회장에 대한 불신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격화될 전망이다. KT 노조가 청문회, 주총 전후로 노조 활동을 예고한 데다 주총장에서 주주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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