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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이수그룹, '아픈 손가락' 이수건설 살리기 혈안 왜

  • 경제 | 2019-01-24 06:00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이수그룹 서울 사옥의 모습. 이 건물은 지난해 12월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더팩트DB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이수그룹 서울 사옥의 모습. 이 건물은 지난해 12월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더팩트DB

10년 간 우회지원에 서울 사옥 매각……핵심 계열사 이수화학에도 '피로감' 가중되나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이수그룹이 건설 사업 살리기에 혈안이다. 지난 10년 간 수 억원대 유상증자와 빚보증을 통해 우회지원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서울 사옥까지 매각해 이수건설에 자금을 투입했다.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이어 매각자금 599억 원 전액을 이수화학의 자회사 이수건설 주식 799만6800주를 현금취득하는 데 사용했다고 공시했다. 이수화학, 이수건설, 이수시스템 등 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사옥은 임대해 사용하는 형태로 전환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옥 매각을 통한 유상증자가 그간 이수화학이 당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걸려 있던 이수건설의 경영권을 맡은 2009년부터 이수건설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음에도 회사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헛수고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수건설의 지표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워크아웃이 끝나고 4년 뒤인 2016년 34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이후 영업이익이 들쭉날쭉하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지 못했다. 2016년 6000억 원이었던 매출도 이듬해 4500억 원,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2300억 원까지 매년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4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한건설협회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7년 56위에서 66위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수건설은 공공임대리츠 아파트, 병영 시설, 도로, 항만 등 주로 국가기반시설(SOC) 건축 토목 사업을 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다. 주택 브랜드인 브라운스톤을 통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올리는 주택사업도 하고 있다. 플랜트와 해외 사업도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이에 수익성은 SOC 일감과 주택사업의 수주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SOC 예산을 감소하고 있고 신규 사업 일감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그룹은 이수화학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화학,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최근 계열사들의 실적 하락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DB
이수그룹은 이수화학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화학,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최근 계열사들의 실적 하락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DB

◆ '그룹 캐시카우' 이수화학도 동반 하락세 접어드나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체제에서 그룹 내 핵심 계열사를 맡고 있는 이수화학의 사업분야는 크게 석유화학부문과 건설사업부문, 의약산업부문으로 분류된다. 석유화학부문은 이수화학이 100% 자회사 및 해외 계열사 ISU Chemical Germany, 청도동성섬유유한공사와 함께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다. 건설사업부문은 68.1% 자회사 이수건설이, 의약산업부문은 31.88% 자회사 이수앱지스가 담당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분야에서 국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합성세제의 원료가 되는 연성알킬벤젠(LAB)과 노말파라핀(NP)의 국내 유일 생산업체이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기업인 LG생활건강과 CJ, 글로벌 기업 P&G 등에 납품하며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다만 실적은 지난해보다 악화됐다. 이수화학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779억 원, 영업이익 205억 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1.7%, 28.6%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 화학업체들이 LAB과 NP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파이가 줄어든 게 원인이다. 다만 연결기준이기 때문에 자회사의 실적 부진도 발목을 잡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수건설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게 뼈아프다. 김상범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의약사업부문인 이수앱지스는 매년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시적인 실적을 나타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3분기 100% 자회사로 편입된 금속구조 및 창호, 온실 및 양액시스템을 공사하는 한가람포닉스도 비슷한 맥락이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도 좋지 않다. 이수화학은 2013년 이후 5년 연속 기업신용평가에서 BBB 이상의 등급을 받지 못했다. BBB등급은 원리금 지급능력은 양호하지만 상위등급에 비해 경제여건과 환경악화에 향후 원리금의 지급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사옥 매각은 공시한대로 자회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며 "건설은 국가개발계획 등에 주목해 SOC 일감을 확보하고 주택 사업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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