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뽑는 중기중앙회 회장, 민주적이지만 부정시비도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360만 명의 중소기업인들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가 3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위상이 현 정부들어 더욱 높아지고 중소기업인들의 이익을 직접 대변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회장 선거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 선거'를 공식적으로 공고했다.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는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등 6명이다. 박성택 현 중기중앙회 회장은 지난해 불출마를 의사를 밝혔고 최근 곽기영 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선거가 한 달여 앞두면서 과열 경쟁 양상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 일부 후보를 비방하는 메시지가 도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 후보가 중기중앙회 자회사 대표를 지내면서 과도한 보수를 받았고 중소기업 면세점의 주요 자리에 본인의 회사를 입점시켜 이익을 취했다는 등의 의혹이 모바일 채팅 메시지로 제기됐다. 해당 후보는 급여와 입점은 아무 문제 없다며 사전 선거운동과 명예훼손이라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비방전이 시작된 것은 중기중앙회장의 대우 때문이다. 회장이 되면 부총리에 해당하는 의전을 받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장은 5대 경제단체장으로 대통령의 공식 국외 순방에 동행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로서는 누리기 어려운 대우를 중기중앙회 회장으로는 가능한 셈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첫 외부 일정은 중기중앙회 방문이었다. 또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신년회에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참석했지만 대기업 총수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초대받지 않았다. 중기중앙회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도 중기중앙회를 중요하게 챙겨왔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동시에 민심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으로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90.2%를 차지하며 사업체 수로는 전체 99.9%에 달한다. 국민의 다수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어 중기중앙회 회장을 '중통령(중소기업의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기중앙회 회장은 비상임 명예직이라 보수는 없지만 매월 특별활동비를 쓸 수 있다. 역대 중기중앙회 회장은 월 1000만 원가량의 특별활동비를 사용했는데 현재 박성택 회장은 받지 않고 있다.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지분율 32.93%)로 있는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을 맡아 보수는 받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기문 전 중기중앙회장은 4년간 26억7267만 원, 박성택 회장은 3년간 6억9676만 원을 수령했다.
이런 중기중앙회 회장의 대우와 활동비 때문에 과열 경쟁의 선거 후유증을 겪어 왔다. 낙선한 후보 간 고소·고발 등이 이어졌으며, 특히 지난 2015년 2월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 이후 당선자 측근들은 선거운동에 불법개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되기도 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계의 권익을 대변하고 부총리급 대우를 받기 때문에 누구나 회장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으로 인해 선거 이후 후유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회장의 권한을 줄이고 중소기업인들에 봉사하는 자리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26대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는 내달 28일 실시한다. 다음 달 7, 8일 후보등록을 받고 9일부터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중소기업 협동조합 이사장 600명이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정회원 중 과반수 투표에서 투표자의 절반 이상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는 경제 5단체 중 유일하게 투표로 선출해 민주적 방식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선거 이후 부정선거 시비와 불법 선거운동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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