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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점' 김태오 DGB금융 회장, 은행장 겸직…대내외 비판 잠재울까

  • 경제 | 2019-01-14 11:08

11일 DGB금융지주 이사회 결의 결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대구은행장을 한시적으로 겸임할 전망이다. /더팩트DB
11일 DGB금융지주 이사회 결의 결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대구은행장을 한시적으로 겸임할 전망이다. /더팩트DB

지주 이사회, 대구은행 반발 예고에 "후임 양성프로그램 도입하겠다" 진화 시도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대구은행장 직을 겸임할 전망이다. 애써 바꾼 회장·행장 분리 체제서 다시 겸직 체제로 돌아가게 되는데다 김 회장이 그동안 대구은행 내부 출신 인사를 행장으로 선임하겠다고 약속해온 만큼 대구은행 대내외서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 행장 공석 10개월…"제왕적"이라던 겸직 체제 회귀

지난 11일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김태오 DGB금융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했다. 행장 임기가 만료되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겸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주 이사회 측은 "거듭 논의를 거친 끝에 최종적으로 현재 경영위기를 효과적으로 수습하기 위해 현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결론냈다"며 "더 이상의 논쟁과 흔들림 없이 모두 합심해 정진해 주시길 바란다"며 확고한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대구은행장 자리는 지난 10개월째 채워지지 않았다. 최종 후보로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이 내정됐지만 그 또한 채용 비리에 연루되면서 3개월 만에 낙마했다. 이후DGB금융 이사회는 은행장 자격 요건을 '금융권 등기임원 5년 이내'로 바꾸고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사실상 강화된 요건에 부합하는 임원진은 김 회장뿐이었던 만큼 은행 안팎에서는 이미 김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강화된 은행장 선출 요건에도 "지주의 과도한 경영개입"이라며 반대하면서 내부 갈등을 표출했다.

앞서 지난해 3월 DGB금융지주는 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을 분리하기로 했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횡령이나 채용 비리 등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 등 여러 의혹 속에 불명예 퇴진한 이후 지배구조를 재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고경영자가 '비리'에 연루되면서 물러난 만큼 DGB금융은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고 외부수혈을 단행했다. 외부 출신 김태오 회장은 취임 이후 계열사 CEO에게 권한을 넘기고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다시 지주 회장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던 겸직 체제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DGB금융은 지난 3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및 채용 비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회장·행장을 분리했지만 행장 공석이 이어지자 결국 다시 겸직 체제로 돌아왔다. 이에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측은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갈등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더팩트 DB
DGB금융은 지난 3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및 채용 비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회장·행장을 분리했지만 행장 공석이 이어지자 결국 다시 겸직 체제로 돌아왔다. 이에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측은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갈등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더팩트 DB

◆ 은행 이사회·노조 반발 예고…분열 잡을 방법은?

결국 김 회장이 행장 후보로 추천되자 대구은행과 노조 측은 곧바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은행이사회는 바로 회의를 열어 김 회장의 겸직에 반대하고, 대구은행 출신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뜻을 지주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김 회장과 지주 이사회가 약속을 깨려고 한다"며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면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때와 마찬가지로 권력이 독점돼 고객의 신뢰 회복이 요원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은행 노조뿐 아니라 이사회서도 반대 움직임이 보이는 만큼 지주 이사회는 김태오 회장 겸직과 관련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담화문을 발표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지주 이사회 측은 "김태오 회장에게 내년 12월 31일이라는 한시적 겸직 기간 동안 차기 은행장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과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 관리를 통해 최고의 은행장을 양성해 줄것을 요청한다"며 권한 행사보다 후임 양성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DGB금융은 은행장 겸직 안건이 은행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주주총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DGB금융이 대구은행 주식 100%를 보유한 유일한 주주인 만큼 스스로 겸직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려 의결할 방침이다.

지주 이사회가 김 회장의 행장 겸직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후 외부 뿐 아니라 내부 직원 신뢰 회복또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분리 체제 공표 이후 바로 권한 강화에 돌입하는 모양새라 반발이 있을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영 정상화 뿐 아니라 은행 이사회나 노조 달래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tonce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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