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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콜센터 노동자 "노동 감시 심각···인권위 직접 나서라"

콜센터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 모여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규탄하고 있다. /을지로=김서원 인턴기자
콜센터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 모여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규탄하고 있다. /을지로=김서원 인턴기자

'감시노동 중단·휴식시간 보장·자유로운 연차 사용' 국가인권위에 공동 제소장 제출

[더팩트 | 을지로=김서원 인턴기자] 실시간 모니터링, 상시화된 성과 평가 등 '감시 노동'에 시달리며 일해온 콜센터 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콜센터 상담사도 인간이다. 감정노동·인권침해 이제 그만"을 외쳤다. 체감온도 영하 12도에 달하는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서도 콜센터 노동자 노동 인권 보장을 향한 연대 의지는 한 치 흔들림도 없었다.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민주노총 서비스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콜센터 상담사 국가인권위 공동제소'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규탄했다.

기자회견 직후, 대책위는 인권위에 콜센터 상담사들의 휴게 시간 보장·자유로운 연차 사용 등 법·제도적으로 노동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콜센터 상담사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공동 제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신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애플케어상담사지회 조합원은 "지난해 8월에 설립한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조직원들은 현장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노조할 권리'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평일 8시간 근무 중 휴게 시간은 단 30분이다. 휴일·주말 근무는 필수이고 법적으로 주어진 연차 사용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 측은 4개월째 '콜센터 직원 처우는 원래 이렇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사업주에게 직원은 사람이 아니라 갈아넣는 소모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원콜센터분회 분회장은 콜센터 업계에 만연한 '노동 감시' 실태를 비판했다.

이 분회장은 "콜센터 노동자들은 고객들의 고성·폭언·욕설 등에 노출돼 감정노동을 강요당할뿐더러, 직장 내 관리자로부터 존칭, 공감 표현 등 말투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당하는 '전자감시'에 시달리고 있다"며 "매일 성과를 점수로 매겨 전체 메일로 공지한다. 노동자들은 상담 실적을 채워야 하는 압박감에 일 분 일 초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콜센터 상담사의 노동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콜센터 상담사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공동 제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을지로=김서원 인턴기자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콜센터 상담사의 노동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콜센터 상담사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공동 제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을지로=김서원 인턴기자

이어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고 성희롱에 상시 노출돼 있지만, 회사는 '사후약방문' 식으로 일관한다. 직원 보호는커녕 범죄로부터 직원을 방치하는 셈"이라며 "'노동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전화를 끊을 권리' 등 노동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10년 전부터 '전자감시'를 콜센터의 정상 범주를 넘은 노동 탄압 행위로 봤다. 인권위가 2009년 실시한 콜센터 여성 상담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산을 이용해 상담원의 통화·대기·휴식 여부, 하루 누적 통화 수 및 통화 시간, 통화당 소요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행위를 열거한 뒤 '전자감시'라고 규정했다.

당시 인권위는 "사업자 내 전자감시는 노동 탄압의 수단으로 오·남용되거나 노동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노동감시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화장실 가는 동태를 파악하는 건 물론, 제3자와의 통화내용을 감청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사업장의 전자감시로부터 노동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법'이 만들어졌으나, 이조차 사실상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기됐다. 사측이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이유로 들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연대 발언을 한 심명숙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10년째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사업장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와 인권위가 직접 나서야 할 때"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40만 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인권유린되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연대를 강화하고 향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에서 '콜센터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를 열고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렸다.

saebyeo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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