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쿼터량 예상보다 많아 안도, 글로벌 수입제한조치 확대는 우려"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해 유럽연합(EU)도 자국 내 철강 수입 쿼터에 관세를 부과하는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대열에 합류하자 국내 철강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이 설정한 쿼터량이 예상보다 많아 국내 철강사들의 향후 수출량 등이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달 4일 철강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 및 최종 조치 계획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최종 조치는 관련국들과 협의를 거쳐 다음달 2일부터 시행된다. 잠정 적용 기간은 오는 2021년 6월30일까지다.
유럽연합 철강 세이프가드 내용은 철강 26개 품목을 대상으로 쿼터 내 수입 물량은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조치 첫 해 쿼터 총량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수입물량의 105%로 설정된다. 이후 쿼터 총량은 연도별로 5%씩 증가한다.
다만 수입점유율이 5%를 넘는 주요국가에 대해서는 쿼터 총량에 별도로 연 단위 국가별 쿼터를 적용한다. 한국은 이 국가별 쿼터가 적용되는 국가에 포함됐다. 기타 국가는 글로벌 쿼터를 분기별로 운영한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철강업계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 미국에 쿼터제가 도입되자 유럽시장으로 수출량을 늘리는 등 눈을 돌려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유럽연합에 수출한 철강 물량은 총 329만 톤으로 2012년 말(145만 톤)보다 127.5%나 증가했다.
더욱이 지난해 유럽연합의 쿼터제 적용 잠정 조치 품목에 없던 냉연강재, 스테인리스 후판, 레일·궤조 등이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돼 우려가 커졌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철강사들이 유럽 시장에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등 판재류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골치를 아프게 하는 요소다. 유럽연합 조치로 인한 철강 세이프가드의 글로벌 확산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유럽연합이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더라도 국내 철강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에 적용된 쿼터가 글로벌이 아닌 국가별로 설정됐고 쿼터 총량 자체는 오히려 100%에서 105%로 증량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유럽연합이 철강 세이프가드가 발동하더라도 기존 수출 물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5년~2017년 평균 수출 물량의 100% 수준까지 무관세 수출이 허용됐을 때 당시 국내 철강사들의 유럽연합 수출은 차질없이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유럽연합이 한국에 적용한 쿼터는 모든 국가를 통합해 적용하는 글로벌 쿼터가 아닌 국가별 쿼터로 적용해달라는 정부 측의 제안이 반영됐기 때문에 기존 잠정조치보다 완화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유럽연합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 조치가 발효되기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유럽연합으로의 철강 수출은 오히려 1년 전 대비 0.8% 증가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 EU가 통보한 철강 세이프가드는 잠정조치보다 완화된 수준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유럽 수출량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며 "향후 업계 의견을 반영해 보상 협의 등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마련하고 만약 수출 애로사항이 발생한다면 EU와 협의해 해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EU의 세이프가드 조치로 영향은 받겠지만 생각보다 쿼터량이 많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이라며 "그러나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여파가 유럽에 이어졌기 때문에 이후 신흥국 등 타국가로 확산될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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