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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안정·혁신' 모두 추구…구광모 '뉴LG' 밑그림 완성

  • 경제 | 2018-11-29 05:00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첫 임원인사가 이뤄졌다. 구광모 회장은 계열사 수장 교체 없이 조직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첫 임원인사가 이뤄졌다. 구광모 회장은 계열사 수장 교체 없이 조직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회장 첫 인사, 부회장 유지하고 순혈주의 버리고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만 40세 젊은 총수의 선택은 '안정과 혁신' 2가지 모두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부회장 유임 등 큰 틀에서 안정을 유지한 채 외부 인사 영입 등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는 변화를 두며 미래 사업 준비를 가속화했다. 임원인사를 마치고 진용을 갖춘 구광모 회장은 '뉴LG'를 향한 본격적인 자기 경영에 나선다.

◆ 구광모 회장 첫 인사 키워드 '안정과 혁신'

LG그룹은 28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2019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구광모 회장이 이번 각 계열사 인사를 통해 던진 주요 키워드는 ▲부회장 유임 ▲외부 인사 영입 ▲미래 사업 분야 인재풀 확대 등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 5월 구본무 전 회장의 타계 후 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의 취임 첫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취임 직후 하현회 ㈜LG 부회장을 LG유플러스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부회장으로 보내는 '맞바꾸기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외부인사인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대표이사에 전격 발탁하는 등 '순혈주의' 전통을 깨는 파격적인 인사 스타일을 보여 이번 연말 임원인사에서도 과감한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신학철 수석부회장에 이어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도 데려와 추가적인 외부 인사 수혈 가능성도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최대 관심사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아직 교체되지 않은 계열사 수장의 유임 여부였다. 인사가 임박하자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다양한 사업에 경험이 많은 3인의 부회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직을 개편하는 '안정 속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앞서 인사가 진행된 LG상사의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50대인 윤춘성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되자 60대 임원급 상당수가 바뀌는 세대교체를 점치는 이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적으로 조성진·한상범·차석용 부회장 등이 자리를 지키며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내년에 '구광모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대규모 투자 등 사업 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계열사 수장을 교체해 큰 변화를 두는 것보다 아직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계열사 수장들은 자리를 지켰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 제공
조성진 LG전자 부회장·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계열사 수장들은 자리를 지켰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 제공

그렇다고 LG그룹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광모 회장은 앞서 예고한 대로 LG그룹 특유의 순혈주의 원칙을 깨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학철 부회장 외에도 지주회사인 ㈜LG로 베인&컴퍼니 홍범식 대표를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할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영입했다. 홍범식 사장은 베인&컴퍼니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포트폴리오 전략·성장 전략·인수합병·혁신 전략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물이다.

앞서 영입한 김형남 부사장에게는 자동차부품 팀장 임무를 줬다. 김형남 부사장은 기아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를 거쳐 한국타이어 글로벌 구매부문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을 맡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이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전개하고 계열사 간 자동차부품사업의 시너지를 높이는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구광모 회장은 LG전자 VS사업본부에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상무를 전무로 영입했다. VS사업본부는 기존 전장 사업을 담당한 VC사업본부의 새 이름이다. 은석현 전무는 17년간 보쉬 독일 본사 및 한국·일본 지사에서 기술 영업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이외에도 구광모 회장은 LG경제연구원 ICT 산업정책 연구담당 전무와 ㈜LG 인사팀 인재육성 담당 상무로 각각 박진원 SBS 논설위원, 이베이코리아 김이경 인사부문장 등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고객가치 달성에 필요한 역량을 채우기 위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구광모 회장은 미래 준비와 성과를 중점적으로 고려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룹 내 변화를 예고했다. 저성장 기조 지속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실용주의적 인사라는 평가다.

인사를 통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LG의 역할은 더욱 강화됐다. 이번에 ㈜LG는 3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5개 계열사에서 6명의 임원을 받아들였다. 단 2명만 옮겨왔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폭의 변화다.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철저히 '미래 준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구광모 회장은 계열사별 미래 준비 차원에서 신규 임원인 상무를 대거 발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함으로써 미래 사업가를 키우고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함이다. LG그룹은 적극적인 인재 발탁을 통해 조직을 역동적으로 탈바꿈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등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신성장 사업 육성 등 미래 준비를 위해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에 대한 승진 인사도 강화했다. 구광모 회장은 전체 승진자의 약 60%가 이공계 출신일 정도로 기술 인력을 적극 중용했다. LG그룹 관계자는 "특히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5G·지능형 스마트 공장 등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의 사업 경쟁력 확보를 고려한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임원인사뿐만 아니라 조직개편에서도 구광모 회장의 미래 준비 의지가 드러났다. 핵심 계열사 LG전자의 경우 미래 전략 사업의 조기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Task'를 신설했다. 또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R&D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MC사업본부에는 올레드 TV를 성공적으로 이끈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을 투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베인&컴퍼니 홍범식 대표(사진) 등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존 '순혈주의' 전통을 깨는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외부 인사인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대표이사에 전격 발탁하기도 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베인&컴퍼니 홍범식 대표(사진) 등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존 '순혈주의' 전통을 깨는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외부 인사인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대표이사에 전격 발탁하기도 했다. /LG그룹 제공

◆ 그룹 난제? '구광모식' 돌파…'뉴LG' 줄달음질

구광모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를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뉴LG'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제 남은 건 거액의 상속세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지난 2일 구본무 전 회장으로부터 ㈜LG 주식 11.3% 가운데 8.8%를 물려받아 최대주주(15%)가 됐다. 8일에는 구본무 전 회장의 LG CNS 지분 전량인 1.12%를 상속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이 과정에서 7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겠다고 밝히는 등 문제 해결에 있어 '정공법'을 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정적인 체제 안착을 위해 잡음을 없애겠다는 행보다.

구광모 회장은 공식 취임 4개월여 만에 그룹 최대 난제로 꼽힌 승계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다만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는다. 구광모 회장은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선납하고 나머지를 5년간 분납하는 연부연납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금과 주식을 담보로 받는 대출, 그리고 지난달 매각한 판토스 지분 매각대금 등이 재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구광모 회장이 이번 주 내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을 둘러싼 논란도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모습이다. 앞서 LG그룹은 LG전자 등 그룹사 물동량을 바탕으로 성장한 판토스의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했고, 논란을 원천적으로 피하기 위해 서브원이 하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사업(MRO)을 분할하기로 했다.

아울러 구광모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외에도 '직접 고용'을 통해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방식의 경영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2일 전국 130여 개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협력사 직원 3900여 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회사를 통해 서비스센터 협력사 직원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LG전자가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함에 따라 '직접 채용' 움직임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는 이러한 파격적인 조치를 놓고 "고용 개선이 서비스 질 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구광모 회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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