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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KT 화재 나흘…비거주자·소상공인 놓고 보상책 '고심'

  • 경제 | 2018-11-27 10:54

KT 직원들이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유·무선 인터넷을 복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KT 직원들이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유·무선 인터넷을 복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시간이 필요한 KT, 통신 복구 총력…보상 관련 후폭풍 여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째다. KT가 진행하는 임시 복구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통신 시스템에 장애를 겪고 있는 시민들이 남아 있고, 그간 큰 불편을 겪었던 소상공인들의 불만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KT는 성난 민심을 잠재울 추가 보상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 KT, 통신 정상화 위해 비상 근무

27일 KT에 따르면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오전 8시 기준)가 무선 95%·인터넷 98%·유선전화 92% 복구됐다. 무선은 2833개 기지국 중 2380개 복구됐으며 유선전화는 약 23만2000 가입자 중 21만5000 가입자 회선이 복구되는 등 전날 오후 6시와 같은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유선전화의 경우 광케이블을 사용하는 전화는 대부분 복구됐다"며 "동케이블 기반 전화는 화재가 난 통신구 진입이 필요해 복구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KT가 임시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현재 더 이상의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병원과 경찰 등 주요 기관의 통신망은 대부분 복구됐다. 하지만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일부 상인들은 애가 타고 있다. KT는 피해 방지를 위해 최대한 빨리 '완전 복구'가 가능하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KT는 사실상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화재 현장 및 관련 지역 운용팀에서 복구를 위해 일하는 KT 조합원과 협력사 임직원은 1000여 명에 달한다. KT노동조합은 아현사옥에 상황실 부스를 마련하고 복구팀을 지원하고 있다. 김해관 위원장은 "지금의 재난적 상황을 회복하고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빠른 시간 내에 완벽하게 복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차세대 이동통신 5G 시연회 등 간담회를 취소했다. 복구 작업에 모든 역량을 쏟기 위함이다. 이동통신 업계도 통신 장애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KT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KT가 화재로 어려움을 겪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오는 28일로 예정된 5G 사업 전략 발표 행사를 취소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협력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행사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KT는 통신 장애로 '간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KT는 통신 장애로 '간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보상책 마련 압박에 고민 깊은 KT

KT는 통신망 복구와 함께 피해 보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회사는 피해 발생 직후 유선 및 무선 가입 고객 대상으로 1개월 요금 감면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사태 수습 후 추가적인 보상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겠지만, 1개월 요금 감면은 약관 기준을 넘어선 큰 규모의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상책과 관련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KT의 1개월 요금 감면 보상안은 서울 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등 피해 지역 거주자 중심으로, 정작 지난 주말 해당 지역을 방문해 피해를 본 상당수가 보상을 받지 못한다. 용산구·마포구 일대에서 '먹통 피해'를 겪은 부산 거주자 정다현(30·여)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주말 내내 해당 지역에 머물면서 휴대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못했지만, 비거주자라는 이유로 요금 감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

정 씨는 "이동통신이라는 서비스 자체가 장소에 국한된 것이 아닌데, (보상을) 거주자에게만 한다는 게 황당하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통신이 되지 않는 동안 여러 번 전화가 왔었는데 못 받았더라. 만약 그 전화가 급한 일이었음 어쩔 뻔했느냐"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피해에 비해 보상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의 지난해 매출이 15조 원인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통신비 1개월 감면하는 게 말이 되느냐. 지금 약 올리는 거냐"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KT의 보상안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KT가 피해 보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경찰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경찰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KT는 비거주자 보상에 대해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보상 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비거주자 보상을 위해서는 접속 기록 등을 살펴야 되는데, 이 부분이 잘 될 것인지 현재로선 확신할 수 없다.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거주자 보상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도 KT가 넘어야 할 산이다. KT는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손님을 놓치는 등 피해를 겪은 상인들을 위해 보상을 별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배상 전례가 없어 기준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2014년 통신 장애를 일으켰을 때 대리운전 기사 등이 손실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바 있다.

일단 황창규 KT 회장은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KT는 복구 작업과 동시에 고객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보상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다만 절차가 쉽지 않다. 소상공인이 영업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간접 피해'에 대한 구제·배상 등 내용은 통신 서비스 이용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다.

KT가 이번에 마련할 보상책이 '간접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피해 규모와 보상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KT의 고민을 깊어질 전망이다. 회사는 KT는 소상공인 보상책과 관련해 과기부 등 관계 기관과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카드사에 KT 화재로 피해가 발생한 가맹점의 매출액 현황을 파악해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향후 KT가 내놓은 추가 보상책과 관련, 결정적 열쇠는 '화재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화재 발생에 KT 과실이 크다면 보상 규모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뚜렷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경찰은 화재가 담배꽁초 등에 의한 실화나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KT 화재 합동감식팀은 정밀분석에서 확보한 전선·환풍기 등 잔여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에 따라 정확한 화재 원인이 드러날 전망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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