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적자는 성장 위한 '투자'···비전 없다면 손 회장이 투자했겠냐"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도대체 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쿠팡에 돈 낭비를 하는 거지?'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2500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는 소식에 대한 업계 일각의 반응이다. 해당 투자금은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전해졌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 그룹이 1조1000억 원을 투자한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손정의 회장의 과감한 추가 투자라는 데서 업계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국내 유통업 시장이 미국·중국에 비해 작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두 번씩이나 유치한 것은 국내에서 전무후무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투자 배경으로 손 회장이 로켓배송이라는 배송 시스템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의미 있는 실적을 이뤄낸 쿠팡의 독특한 사업 모델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쿠팡은 로켓배송, 쿠팡맨 등을 주축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며 이커머스 기업에서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 손정의 회장이 쿠팡의 미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 회장은 지난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90억 달러로 평가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을 위한 기술 혁신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은 최근 몇 년간 매출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도, 한편으로 막대한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배경으로 꼽히는 로켓배송 등 물류·배송 서비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2조6000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적자 또한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622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016~2017년 2년간 누적손실액이 1조1000억 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투자 배경에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쿠팡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손 회장이 높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쿠팡을 인수·합병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현재 쿠팡의 지분은 미국 법인인 쿠팡LLC(포인트벤처스LLC)가 100% 소유하고 있고 쿠팡LLC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기존 지분에다 이번 2조 원까지 보태면 쿠팡의 경영권이 사실상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것.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펀드 측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김범석 대표가 실제 경영을 하고 경영권도 갖고 있다"고 일축했다.
쿠팡 측은 실적에 대한 우려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달라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몇 년째 누적된 적자는 고객 만족을 목표로 한 지속적인 '투자' 개념으로, 성장하기 위한 큰 그림일 뿐 문제 될 것 없다"며 "빠른 성장성과 비전이 없다면 소프트뱅크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앞으로도 물류, 데이터, 결제 시스템 등에서 기술 혁신을 거듭하며 이커머스 기업에서 아마존 같은 명실상부한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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