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체제' 홈플러스, 임일순 사장의 인건비 절감책 '승부수 or 무리수'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지난해 10월 취임한 임일순(54) 홈플러스 사장이 최근 잇따라 보안업체와 외주업체 인력 감축안을 내놓으면서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부천중동점 등 점포 매각 이슈와 성과급 미지급 사태로 내홍을 겪던 홈플러스 노사는 이번 인력 감축을 둘러싼 입장차이로 평행선을 달리며 또다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일각에선 임일순 사장이 자신의 경영성과를 위해 일방적인 경영방침을 밀어 붙이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 간 진통이 이어지면서 임 사장의 리더십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 혁신을 강조하는 임일순 사장의 경영적 판단이 직원들로부터 좀처럼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며 갈등의 불씨만 키우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보안업체 5곳에 대해 12월 31일자로 계약 종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베이커리 외주판매업체·콜센터 외주업체·헬스플러스(홈플러스 자체 건강식품매장) 외주업체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양대 노조인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지부장 주재현)와 홈플러스일반노조(위원장 이종성)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임일순 사장의 경영방침으로 인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신규채용 등 인력 충원 없이 직영 직원들에게 기존 보안인력이 하던 업무까지 떠넘겨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운다는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인력 감축에 대한 충원 대책 등 수정안 제시 요구에 홈플러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보안업체 계약해지 규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는 30일에는 전국에서 상경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이번 보안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면서 생기는 빈자리를 내부인력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매장별로 보안업체의 팀장급 또는 주임급 중 한 명씩만 직영화하고 현재 매장에 있는 직원 3~4명 정도를 직영(보안)팀으로 구성해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홈플러스 측의 보안업체 등 계약 종료를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직원들의 노동조건 변화와 관련 있는 경영방침에 대해 노동조합과 협의하게 돼 있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불법이며,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직무전환이 되면서 퇴사와 이직 등 자연 퇴사하는 직원들을 통해 인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이 같은 방침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보안인력 감축으로 생기는 인력 공백에 대한 충원 대책은 내놓지 않고 직무전환일 뿐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번 방침은 향후 정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부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임일순 사장, 경영성과 위해 인력 감축 속도내나
직원들 우려에 대해 홈플러스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에 불어 닥친 노사갈등 내홍에 대해 사모펀드 체제에서 기인한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다가오는 4/4분기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경영능력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임일순 사장이 자신의 경영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각종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임일순 사장은 2015년 11월 MBK파트너스가 자체 영입한 인사로 홈플러스 최고재무관리자(CFO), 경영지원부문장(COO)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취임 이후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를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무게 중심은 재무구조 개선에 쏠려 있다. 직원들에 따르면 임 사장이 온 뒤로 복지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는 올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성과급을 미지급했다.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등 글로벌 기업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역임한 '재무통'인 임일순 사장은 올해 5월 지난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고 전 직원에게 특별격려금 30만 원을 지급해 내부 불만이 폭증한 바 있다. 그동안 직원들은 기존 연봉의 10~3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홈플러스는 올해 사모펀드 체제 3년에 들어섰다. 현재 홈플러스 지배구조는 'MBK→홈플러스홀딩스→홈플러스스토어즈→홈플러스'로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와 2008년 인수한 홈플러스스토어즈(옛 까르푸, 홈에버) 두 법인으로 이뤄져 있다.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이후 홈플러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 노조 "보안인력 계약 해지는 구조조정…정부 정책에 역행"
이번 보안인력 대규모 감축이라는 과감한 행보는 내부 반발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와 비슷한 규모의 보안인력을 운영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도 당장 보안인력 감축 계획이 없는 다른 경쟁사들과도 대조된다.
실제 보안인력 1500여명을 감축함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최소 30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매장 판매, 관리, 영업 등의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보안업무로 직무전환이 되면서 달라진 근무 환경에 따라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인원들도 생기면서 인건비 절감에 있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직원들은 기존 점포의 스페셜 매장 전환 등을 통해 매장 인력이 자연감소하고 있다며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실상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일순 사장의 야심작인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은 업무 간소화를 통한 인력감축이 핵심이다. 스페셜 매장은 기존 하이퍼 매장의 70% 정도의 인력만으로 매장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일반적인 하이퍼 매장의 적정인력이 150명이라고 한다면 스페셜매장으로 바뀌었을 때 30% 정도 인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고도 인력감축과 직무재배치 같은 경영방침에 따라 손쉽게 구조조정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사측의 스페셜 매장 전환과 보안인력 감축을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주인인 홈플러스는 오너가 경영하는 이마트, 롯데마트와 달리 당연히 비용절감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재매각을 용이하게 만드는 사모펀드 목표에 따라 인력 감축에 노조가 반대해도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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