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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약관·사업방법서 무시하는 보험사의 '횡포'

  • 경제 | 2018-10-30 05:00

 보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 배당을 줄이거나 약관이나 사업방법서 등을 악용해 주주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더팩트 DB
보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 배당을 줄이거나 약관이나 사업방법서 등을 악용해 주주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더팩트 DB

금융당국 묵인으로 불법 부당행위·소비자횡포 당연시

[더팩트ㅣ조연행 칼럼니스트] 요즘은 보험사의 횡포가 세간에 알려져도 그다지 놀라지 않고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이 크다. 보험사의 신뢰가 무너져 '보험사의 위기' 징후라고 생각된다.

2017년 생명보험사 당기순이익은 3조 9191억 원, 손해보험사는 3조 1875억 원이었다. 합쳐서 7조 원이 훌쩍 넘는다. 그중에서도 삼성생명 9407억 원, 삼성화재가 9564억 원으로 삼성 그룹이 거둬들인 이익만 2조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계약자 배당금은 쥐꼬리보다 작다.

1992년 이전 보험사들은 이익이 발생하면 90%를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유배당 상품만을 팔았다. 그것이 보험의 원리에 맞는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외국사와의 경쟁과 저렴한 보험료를 핑계로 대며 무배당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이제는 보험의 원리에 맞는 유배당 상품은 거의 없어지고 대부분 무배당 상품만 판매한다.

무배당 상품은 이익이 발생하면 90%를 주주가 가져가고, 10%만 계약자에게 돌려준다. 결국 보험료를 비싸게 받아 주주의 배를 채우는 꼴이 되어버렸다.

보험상품에는 보험금 증액제도가 있다. 보험료를 더 낼 여유가 생기거나 보장금액을 높이려면 다른 상품에 가입할 필요 없이 이미 가입하고 있는 상품을 증액하면 된다. 회사 사업방법서에도 있고, 상품별 사업방법서에도 '증액' 조항이 다 있다. 보장성보험은 역선택의 우려 때문에 까다롭지만 저축성보험이나 연금보험은 신청만 하면 쉽게 증액할 수 있었다.

그러던 보험금 증액을 이제는 보험사가 막고 있다. 예정이율이 높은 상품은 이유 없이 증액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고금리' 부담 때문에 사업방법서를 무시하고 민원이 발생해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연금 지급이 시작돼 사업방법서상으로도, 수리상으로도 불가능한 종신연금도 계약자를 속이고 해약시키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미수령 보험금의 예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험상품의 약관과 사업방법서에 따르면 중도보험금이나 연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예정이율에 1%를 부리시켜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시중금리가 저금리 상태로 지속되자 보험사들이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이자를 더 줄 테니 묻어두라 권유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미수령 중도보험금에 난데없이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적용해 3년만 이자를 붙여 주겠다며 찾아가도록 강요하고 있다. 계약자에게 안내문을 보내고 상담직원에게 환급을 유도하도록 교육하는가 하면 실적에 따라 별도수당을 지급하기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금융당국이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보험사는 자산 운용수익률이 상품의 예정이율에 못 미친다며 이차배당기준율에 마이너스를 적용해 계약자의 연금적립금액을 줄이는 황당한 회계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다. 연금적립금을 이차배당기준율로 부리시켜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역시 사업방법서를 무시한 행위이다. 이차 역마진 때문에 발생한 일이지만, 회사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계약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험사는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고객 자산의 선량한 관리자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더팩트 DB
보험사는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고객 자산의 선량한 관리자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더팩트 DB

어느 손해보험사는 장해 2급 장애인을 보장성 보험에 유진단으로 가입시켰다. 이 상품은 장해 1급 시 1억5000만 원, 사망 시 1억5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보험에 가입한 장애인이 장애가 악화되어 1급 장해 상태에 빠졌다.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 알고 보니 시간을 끌어 1급 장해 보험금을 건너뛰고 사망보험금만 지급하려고 장애인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대부분 상품은 장해 1급이면 계약이 종료되는데 이 상품은 1급 장해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유지시켰다가 사망 시, 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결국 상품이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영업을 위해 보험인수를 잘못한 셈인데 이를 보험사가 책임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려 한 셈이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리로 인해 차 값이 떨어지는 경락손해나 폐차 후 등록비용, 렌터카 비용 등 간접손해비용은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해 주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손해보험사들은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보사들은 미청구보험금으로 분류해 잡수익으로 잡거나, 보험금과 함께 받은 것으로 서류를 작성해 놓고 비자금으로 챙기기도 했다.

홍수로 차가 물에 잠기거나 사고로 폐차시키는 전손사고는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면 사고 차량은 손해보험사 소유가 된다. 손해보험사는 이 차량 소유자에게 차량 이전 서류를 받아 중간 알선업자에게 넘기고 연간 1조 원이 넘는 거래를 현금으로 대금을 받는다.

하지만 보험사는 유통업을 겸할 수 없으므로 무자료·무등록·무보증으로 편법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차량은 무자료 거래로 세원이 노출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불법 대포 차량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불투명한 거래이기 때문에 정당하게 회계 처리를 하지 않으면 비자금으로도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도 매년 4월이 되면 정례적으로 손해보험사들은 차량 손해율이 높아져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언론에 자료를 뿌린다. 적정손해율이 75%인데 80%에 육박한다며 엄살을 떤다. 여기에는 과다 입원환자, 병원과 정비업소의 과잉청구 때문이라며 책임을 소비자와 병원 등에 돌린다.

손해율은 종합적으로 손해율을 따져야 하는데, 자신들 몫인 사업비는 온전히 제외해 놓고 차 보험료를 받아서 나온 이자 수입도 제외한 상태에서 따진다. 더구나 그들이 발표하는 비용은 정당하게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한 것인지 명확하지도 않다. 자기들만 아는 불투명한 계리로 손해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이 거들어 의무보험인 차 보험료를 해마다 올리고 있다.

보험사는 '계약자 자산의 선량한 관리자' 일 뿐이다. 보험은 국가가 다하지 못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기능을 하기에 많은 혜택을 주고 그만큼 공적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자산의 주인은 계약자이다. 보험사가 주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요즘 우리나라의 보험사의 주인은 일반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주주'가 주인이다. 그러니 주주의 이익을 위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온갖 불편 부당한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사업방법서와 약관을 무시하고 주주를 위해 무리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약관대로 지급하라 해도 주주를 위해 '법원'으로 가겠다고 우긴다.

무언가 보험제도가 잘 못 가고 있는 것 같다. 감독 당국도 이대로 방치한 책임이 있지만, 보험사 경영자들도 '보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다짐해야 할 것이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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