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인력 1500명 감축…사모펀드 체제서 매장인력도 20~30% 줄어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사모펀드 체제 3년에 접어든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최근 점포 보안을 담당하는 경비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그동안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온 파견직 경비용역 업체 5개에 대해 오는 12월 31일부로 계약을 종료할 방침이다.
경비용역 업체에 소속된 직원 1500명이 당장 두 달 안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경비인력들은 전국 141개 홈플러스 점포에서 점포당 평균적으로 8~9명이 근무해왔다. 경비인력들은 갑작스런 계약종료 소식에 "사실상 정리해고"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비업체 소속 일부 직원은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방에 홈플러스가 보안인력 1500명에 대해 전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 파견직 경비용역 1500명 계약해지 후 140명 특별채용 '왜'
경비용역 업체 5개 중 상당수는 홈플러스 말고도 다른 매장에서도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홈플러스 계약 종료에 따라 계약 해지 인력을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홈플러스만 담당하고 있어서 계약 종료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해 폐업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리해고 논란이 일자 홈플러스 측은 "'계약 해지'가 아닌 파견업체와의 '계약 종료'일 뿐"이라며 각 점포에 파견 근무 중인 협력사 소속 보안팀장(소장)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특별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보안팀장 특별채용 규모는 최소 140명 이상이 될 것이며, 이 인원 외에도 쇼핑몰 입점 점포, 24시간 경비 필요 점포 등 특수한 여건을 가진 점포의 경우는 추가 채용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즉 이번 경비용역 업체 계약종료를 통해 홈플러스는 1500명 규모 보안인력을 감축하고 그중 경비 전문성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140명을 특별채용하게 된다. 그외 신규인력 채용 계획은 없다.
홈플러스는 보안인력 공백을 내부인력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1500명 중 60%가 매장 입구에서 고객들을 응대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이라 경비 업무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자사 정규직을 투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보안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매장에서 판매, 관리, 영업 등의 업무를 했던 기존 직원들로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에 대해 고객과 직원 안전에 구멍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기존 직원들을 보안업무로 전환하기에 앞서 노사 간 긴밀한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다음 달 초 사측과 2019년 노사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임금 협상뿐 아니라 직무 전환 관련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업무 조건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보안인력 공백에 따른 서비스 미비, 안전문제 등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아직 회사 측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지만, 만약 현재 업무량보다 늘어나거나 기존업무와 너무 큰 차이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노사 협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수익성 염두 대규모 인력감축 통한 인건비 절감 노리나
홈플러스의 이번 보안인력 감축에 대해 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홈플러스가 동김해점, 부천중동점 등 일부 점포를 폐점하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기존 점포를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 전국 40개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두는 조단위 리츠 상장 추진 등을 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자산매각 등 재무구조개선, 인력조정 및 재배치 등 조직구조 개선 작업은 모두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밑작업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이후 일부 본사 인력을 제외하고 신규채용을 거의 하지 않으며 업무 간소화 작업을 지속해왔다. 기업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간(5년)내 몸값을 최대한 부풀린 뒤 되파는 데 골몰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홈플러스 역시 비슷한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유통업 특성상 다른 부분보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번 경비인력 감축을 시행하는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홈플러스 매장 직원들은 근속연수가 길고 연령대가 높아 정년퇴임자들이 많이 발생한다. 직원들에 따르면 인력 공백이 계속 생기고 있음에도 MBK 산하에서 매장 운영 인력 채용은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전보다 20~30% 가량 줄었다고 말한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성과 지표 달성 미비를 이유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도 주지 않았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역시 기존 하이퍼매장의 70% 정도의 인력만으로 매장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모델이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상품 구색부터 매대 면적, 진열 방식, 조직 구조 등을 모두 바꿔 직원들의 작업 부담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 기존 매장보다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MBK 체제에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홈플러스의 이번 경비인력 감축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유통규제와 온라인 시장 중심 재편으로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하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경쟁사에 비해 자금력과 유통채널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장 영업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인건비 절감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이다. 협력업체가 고용불안에 노출되면서 이를 시작으로 향후 정직원에 대한 고용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매장 운영만으로는 더 이상 영업적인 부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이번 경비인력 감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 방침 역시 최대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연장선에서 홈플러스를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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