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예탁 업무 '독점'에도 서비스 제공 '부족'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유진투자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를 두고 예탁결제원(예탁원)의 책임론이 다시금 떠올랐다. 예탁원이 국내 증권 예탁 업무를 독점하고 있음에도 허술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증권사 및 예탁원에 대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예탁원은 해외 주식시장의 권리변동 결과를 해외보관 기관(씨티은행 홍콩법인)으로부터 전달받고도 이를 국내 증권사에 즉시 전달하지 않았다.
또한 해외보관 기관에서 받은 주식 권리변동 정보의 내용이 부정확해도 이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 없이 증권사에 그대로 통지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 사태는 증권사의 실수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예탁원의 해외예탁 결제업무처리 방식에도 허점이 많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월 말 미국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다우30'이 미국 시장에서 4대 1로 병합됐지만 이를 바로 반영하지 않아 주식 거래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해당 상품을 보유하고 있던 고객 A씨는 665주를 전량 매도했는데, 주식 병합이 반영되지 않아 실제 보유한 주식은 166주였음에도 499주가 잘못 매도됐다.
주식 병합 사실을 몰랐던 A씨는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고, 1700만 원가량의 수익을 냈다. 유진투자증권은 뒤늦게 오류를 파악하고 잘못 매도된 499주를 사서 결제했고, A시에게 초과 수익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A씨는 증권사의 실수에 따른 것으로 계좌에 있던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며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김 의원은 예탁원이 국내 증권 예탁 업무를 독점하면서 회원사인 증권사에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탁원이 수수료 수익으로 챙긴 수익은 지난해 114억 원, 올해 9월 말까지 89억70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 주식시장에서 주식이 병합되거나 분할될 경우 바뀐 주식 수는 곧바로 국내 고객의 증권계좌에 반영되지 않는다. 예탁원은 해외 주식 병합·분할에 따른 권리변동 정보를 모두 씨티은행 홍콩법인을 통해 받고, 이를 국내 증권사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프로그램 세이프(SAFE)를 이용하는 증권사는 이를 자사 전산시스템에 수기 입력하고, 자동방식(CCF)을 이용하는 증권사는 예탁원의 권리변동이 자동 반영되는데,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SAFE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수작업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그동안 예탁원과 증권사 모두 수작업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예탁원은 오전 3시 30분부터 오후 4시 사이 바뀐 권리변동 정보는 30분 단위로 통지하지만, 오후 4시 이후 들어온 권리 정보는 다음 영업일에 일괄 통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부정확한 권리변동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증권사에 전달하고, 전달하는 시기도 임의로 늦추는 것은 독점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탁원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예탁원은 해외시장에서 바뀐 권리변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증권사에 전달하고, 권리변동 내용 또한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춰 제2의 유진투자증권 사태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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