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 주유소에 설치...오일뱅크 "철거 조치" 해명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정유업체 현대오일뱅크가 오는 12월 문을 여는 주유소 외벽에 여성의 성(性) 상품화를 연상시키는 광고 현수막을 걸어 비난을 받고 있다.
16일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106-5번지에 있는 신구로주유소의 신축공사 외벽에 가로 23m, 높이 5m에 달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몸에 딱 붙는 제복을 입은 여성 6명의 사진과 함께 '친절한 여성 소장 주유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여성은 친절하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마케팅 수단에 활용해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팩트>에 관련 내용을 제보한 이는 "여성 소장이 주유소를 운영하면 친절하고 주유소 서비스의 질이 다를 것처럼 호도해 불쾌하다"며 "주유소를 남자만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 소장도 친절할 수 있는 것 아닌가"며 반발했다.
인근 주민들도 현수막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주민은 "거리공원 오거리를 지날 때마다 (현수막을)보는데 여성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유소를 찾았을 때 작업복이 아닌 호텔이나 항공사에서 볼 수 있을법한 정장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성 주유소 직원이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현수막 사진에 여성들이 있고 친절한 여성 소장 주유소라고 표현돼 있는 게 '여성은 친절하게 서비스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활용한 광고"라며 "이제는 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인데 이 광고는 '여성=친절'이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만든 마케팅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 '성 상품화 논란' 주유소 현대오일뱅크 직영
문제의 신구로주유소는 현대오일뱅크 직영점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가맹점은 점주가 이름만 가져다 쓰고 본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반면 직영점은 점포 운영부터 관리까지 모든 것을 직접 챙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국에 2200여 개 주유소를 운영중이다. 이 가운데 직영점은 100여 개 정도다. 신구로주유소는 본사 직원을 소장으로 임명해 모든 관리와 운영을 담당하는 순수 직영점은 아니다. 위탁업자와 임차인 등에게 위탁해 운영을 하고 있는 위탁 직영점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탁 직영점도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직영점이기 때문에 본사가 지역을 할당받은 영업관리부에서 안전관리 등을 총점검하고 판매량도 확인한다. 결국 현대오일뱅크가 본사 차원에서 성상품화 현수막을 설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전혀 몰랐다"며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구로주유소처럼) 공사가 진행중인 주유소는 당장 판매량이 없고 영업사원 등 담당자가 주유소를 한 명이 여러 개 담당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본사 차원에서 이제야 신구로주유소 광고 내용을 파악했고 주민들이 불쾌하다고 여겨 철거 조치를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 현대오일뱅크, 2016년 '여성 소장' 마케팅 벌이기도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6년 4월에도 '오일뱅크에 부는 서비스 여풍(女風)'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유소 홍보에 여성을 활용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주유소를 찾는 기준이 가격에서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며 대형마트, 기업체 등에서 소비자들과 소통해온 CS(고객상담)전문가들을 신규 채용해 전국 6개 직영점에 '여성 소장'을 배치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당시 현대오일뱅크 보도자료에는 여성 소장 복장이 주유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업용 점퍼가 아닌 호텔이나 항공사에서 볼 수 있는 정장 유니폼을 착용하고 금속 소재 명찰까지 착용해 서비스 품격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신구로주유소 광고 현수막에 사용된 제복입은 여성 사진도 당시 촬영된 여성 소장들 사진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2016년 당시 주유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 CS(고객상담)인력을 채용해 직영 주유소 소장으로 배치했는데 이 인력이 공교롭게도 전부 여성이다 보니 여풍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신구로주유소는 대지면적 958.30㎡(290평), 연면적 498.74㎡(150평) 규모로 착공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됐고 오는 12월 31일 완공될 예정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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