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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억 희비' LG화학 vs 롯데케미칼…하반기 화학업계 왕좌는?

  • 경제 | 2018-09-30 06:00

LG화학은 지난해 2조927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2조9285억 원)을 단 9억 원 차이로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으나 올 상반기에는 순위가 뒤지는 걸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LG화학은 지난해 2조927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2조9285억 원)을 단 9억 원 차이로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으나 올 상반기에는 순위가 뒤지는 걸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더팩트 | 이한림 기자] 화학업계 '맞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올해 상반기 단 92억 원에 울고 웃었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서 롯데케미칼을 9억 원 차이로 제치고 왕좌에 올랐으나 반기만에 1위 자리를 내준 꼴이 됐다. 이에 양 사는 올해 하반기 강점을 보이고 있는 사업 부문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각각 1위 탈환과 사수를 목표하고 있다.

2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화학은 외형상 업계 순위를 결정하는 영업이익 경쟁에서 롯데케미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하 연결기준) 1조3541억 원을 올리며 같은 기간 1조3633억 원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에 불과 92억 원 차이로 뒤졌다.

올해 4월 발표한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LG화학이 2조927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2조9285억 원)을 단 9억 원 차이로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으나 반기만에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양 사는 모두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늘어나며 업황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롯데케미칼이 LG화학보다 낙관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인 것은 분명하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롯데케미칼보다 5조 원 가량 앞섰다. 그러나 증감률로 보면 롯데케미칼은 LG화학보다 2% 높은 7.7%에 달하는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LG화학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어든 반면 롯데케미칼은 5.7% 감소로 선방했다.

LG화학-롯데케미칼 2017년~2018년 상반기 실적. /이한림 기자
LG화학-롯데케미칼 2017년~2018년 상반기 실적. /이한림 기자

◆ LG화학 '신사업' vs 롯데케미칼 '전통사업'

상반기 뒤진 LG화학은 올해 하반기 기초소재 부문에서 에틸렌 등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전지 부문의 사업성을 확대해 업계 1위를 탈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상반기 부진했던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부문은 편광판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수처리사업, 기능성필름 등 신사업을 강화해 손실을 만회하고 생명과학 부문도 당뇨 및 연계질환과 면역항암 분야를 신약 개발 타깃 질환으로 선정,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LG화학은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생명과학, 기타(영업지원 및 연구개발활동 등) 5개 부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중 올해 상반기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부문과 기타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부문에서 3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게 전체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기초소재와 생명과학 부문에서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실적이 소폭 감소했다.

LG화학은 상반기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부문의 영업손실의 이유를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로 지목했다. LG화학은 그룹 내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LCD와 OLED 등의 원재료를 투입하고 있다.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사업의 성패가 디스플레이 업황과 함께 가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황은 좋지 않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LCD 생산량을 크게 늘리자 패널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상반기 영업손실 3161억 원을 기록할 만큼 업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원재료를 제공하는 LG화학도 손실이 이어진 셈이다.

다만 LG화학은 상반기 전지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며 흑자전환된 게 위안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상반기 전지 부문에서 2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290억 원대의 수익을 따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LG화학은 하반기에 실적 상승세가 유일했던 전지 부문에 고삐를 당긴다. 고성능 전기차가 출시될 2020년 이후를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호황에 접어들 시점으로 판단하고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합성수지와 섬유의 원재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나프타분해시설)공정도 증설해 기초소재 부문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하반기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부문은 디스플레이 업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며 "다만 6월 말 기준 전지 수주 잔고는 60조 원을 넘었다. 또 연간 22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공장에 2022년까지 2조6000억 원을 투자, 80만톤을 증설할 예정이다. 전지 뿐만 아니라 기초소재 부문에서도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려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전통적인 기초화학 소재인 에틸렌, 폴리머 등 범용제품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기타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모노머'와 플라스틱 가공업에 원료가 되는 '폴리머' 제품군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모두 전통적인 기초화학 소재 부문으로 전지, 디스플레이 재료 생산 등을 병행하는 LG화학과 차별점을 둔다.

에틸렌은 섬유나 합성수지 등을 만드는 원재료로 '화학산업의 쌀'로 불릴만큼 글로벌 수요가 많다. 최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도 에틸렌 시장에 진출할 만큼 업계를 막론하고 각 업체들이 앞다퉈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이중 단연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사업은 돋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에틸렌 생산량 규모는 연간 928만 톤이다. 이중 롯데케미칼은 국내외를 포함해 332만 톤을 생산하며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량 2위인 LG화학(220만 톤)보다 100만 톤 가량 더 높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올레핀 부문이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2분기에만 470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폴리머 부문의 실적 개선도 돋보인다. 폴리머 부문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1500억 원 가량 늘었다. 함성섬유 원료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높은 수익성을 올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도 하반기에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택할 계획이다. 먼저 국내 여수 NCC공장에 2530억 원을 투입해 에틸렌 생산량을 올해에만 20만 톤 늘릴 예정이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ECC(에탄분해시설) 및 에틸렌글리콜(MEG) 설비 건설에 3조 원 규모를 투자하며 에틸렌 사업을 확대한다. 해당 설비가 완공되면 국내외 생산능력을 450만톤까지 늘리게 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전략이다"며 "추진 중인 국내외 신규사업과 해외에 새롭게 투자할 에틸렌 공정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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