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SK 최태원·LG 구광모 '방북길 오른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협력을 위한 힘 보태기에 나선다.
◆ 이재용, 삼성 총수 '사상 첫' 평양 방문…재계 "정치적 해석보다 '소통'에 의미"
16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최고경영진을 비롯해 52명으로 구성된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참석자 명단을 발표하기 전부터 재계 안팎의 관심은 이재용 부회장의 동행 여부에 쏠렸다. 그의 '첫 방북'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우선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총수가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다는 '상징성'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치러졌던 1,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삼성 측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윤종용 부회장이 경제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건희 회장 때부터 '외부 소통 창구' 역할에 뚜렷한 구분을 둬왔던 삼성이었던 만큼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CR(Coporate Relations) 부문을 총괄하는 윤부근 부회장이 참석하지 않겠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또 다른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다. 그가 상고심 재판을 진행 중인 데다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정부 부처에서 삼성에 지배구조 개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다소 불편한 외부 상황 탓에 이재용 부회장이 방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다수 재계 관계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과 관련해 "특별수행원 명단에 이 부회장의 이름이 올랐다는 것만으로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첫 만남에 이어 8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현장 소통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는 최고결정권자의 '소통 행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재판은 재판대로 진행될 것이며, 일은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첫 만남 당시에도 '삼성(이재용)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삼성과 청와대 양측 모두 '통상적인 경제외교'라고 못 박았다"며 "이번 방북 역시 재계 대표 인사로서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경제 협력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막내'에서 '맏형'된 최태원 SK 회장 리더십 기대
최태원 회장의 방북에도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에 2회 연속 동참한 것은 최태원 회장이 유일하다.
최태원 회장은 2007년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대기업 대표로 노무현 대통령과 동행했다.
1960년생인 최태원 회장은 당시 대기업 대표 6명 가운데 '막내'로 평양서 치러진 '옥류관 오찬' 등 주요 행사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과 선배 경영인들의 사진을 직접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1년이 지나 취임 20년을 맞은 최태원 회장의 무게감은 2차 남북정상회담 때와 확연히 다르다. 청와대에서도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 경제인 특별수행자 명단을 발표할 때에도 최태원 회장을 가장 먼저 호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2차 회담 때 막내임에도 긴장하는 기색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하며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던 만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재계 '맏형'으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막내' 구광모 LG 회장, '새 리더' 존재감 눈도장
LG그룹의 '새 리더' 구광모 회장의 방북 역시 눈길을 끈다. 올해 40세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막내'를 맡게 된 구광모 회장 역시 이재용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방북길에 오른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구광모 회장이 특별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LG는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1~3차 회담에 총수가 빠짐없이 참석하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이번 회담이 사실상 회장 취임 이후 외교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두 달여 동안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현안 파악에 집중했던 구본무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하며 첫 대 외행보에 나섰다.
당시 구광모 회장은 "선대 회장께서 사이언스파크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가졌듯이 저 역시 우선순위를 두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그룹 최고결정권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회장 취임 70여 일 만에 첫 공식행사에 나선 구광모 회장이 일주일도 채 안돼 남북정상회담 참석을 확정 지은 것은 앞으로 총수로서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담에서 그룹별로 구체적인 경제 협력 방안을 가시화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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